국가론/인간본성, 국가, 전쟁, 국가주의

전쟁의 목적과 전쟁국가

twinkoreas studycamp 2021. 3. 15. 23:14

 

모든 전쟁은 국민에게 국가의 절대성을 각인시키고 국가주의를 왕성하게 만들었고, 주변국가들의 대항적 국가주의를 초래하였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국가의 모든 일은 소수의 생각으로 움직이고, 전쟁은 국가의 지배력을 극도로 강화시킨다. 국내적으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도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에서 야만국가와 달라져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현실주의자들은 세계가 기본적으로 무정부상태라고 전제하고 국가의 최우선 목표를 안전보장으로 간주한다.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는 폴란드왕국의 재건이 유력해지자 폴란드의 지정학적 운명을 동정하면서도 “우리가 생존하려면 폴란드인을 격멸하고 폴란드를 없애는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였다(John Mearsheimer,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제2차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체제의 성립은 역사적으로 전쟁이 새로운 국가를 만들고 새로운 국가가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경향을 재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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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렌코프

 

소비에트연방(Soviet Union)의 지도자 말렌코프(Georgy Malenkov)는 두 번의 세계대전에 대해서 “제1차세계대전은 러시아를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고, 제2차세계대전은 러시아를 사회주의 창설로 이끌었다”(WW1 had led to Russia's leaving the capitalist system, and WW2 to the creation of the socialist system)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전쟁이 인간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를 일단 접어두면, 전쟁은 국가의 비이성적 행동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택과 결단의 산물이었다.

 

고대로부터 국가가 전쟁을 결심하는 궁극적 목적은 경제적 요인이라는 견해가 전해졌다. 고대 로마의 루크레티우스(Lucretius)는 전쟁을 ‘경제의 표면’이라고 하였다.

 

라스키(Harold J. Laski)는 전쟁의 목적을 ‘획득 가능한 부의 추구’로 규정하였다. 전쟁을 하려는 자들에게는 평화를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부보다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 더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전쟁의 보편적 원인 및 명분 전쟁의 결과 및 장기적 영향


인간본성 : 폭력성과 지배욕, 남성성과 여성성
상징조작 : 국위, 영웅, 명예·보복·설욕, 유훈 등
집단심리 : 적개심, 우월감, 저항의식 등
패권 및 안보 추구 : 자민족 및 국가 중심주의
종교·이념·인종적 차이 : 성전(聖戰), 혁명
시장, 자원, 교역분쟁 : 식민지 및 노예 획득
독립 및 분리 추구 : 민족해방, 자치독립
선행 전쟁의 결과 : 강화조건, 경계선 등
인구팽창 : 남성의 증가, 병력자원의 증가
자원 부족 : 식량·인력·재화·문화 등
기타 : 강대국 추종, 약소국 지원 등 국제전



인간본성 → 본성불변/학습효과
상징조작 → 확대 재생산/ 기억의 퇴조
국가관계 → 멸망/ 지배/ 복속(服屬)
영토변경 → 확장/ 상실
체제변화 → 체제 유지/ 붕괴
정권존망 → 정권의 전복/ 정권의 공고화
경제영향 → 경제황폐화/ 경제재건 및 부흥
자원변화 → 물적 약탈, 인적 납치 등
인구변화 → 가족해체 및 이산, 인구감소/ 증가
국제관계 → 패권장악/ 세력균형/ 국제기구 창설
문명진화 → 의술, 과학기술, 문화융합 등
무기발달 → 전차, 전함(잠수함·항공모함),
비행기, 미사일, 핵폭탄 등

 

 

역사적으로 국가는 평화보다 전쟁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클 때 전쟁을 하였다. 마르크스주의자들도 근대전쟁의 원인을 경제적 요인, 즉 자본주의에서 찾았다. 홉슨(John A. Hobson)의 논의에 기초한 레닌의 제국주의론은 사회주의자들의 전쟁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레닌은 제국주의 단계에서 경제적 이익을 다투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보았다. 정치는 경제의 집중적 표현이고, 전쟁은 그 정치의 폭력적 표출이기 때문에 독점자본은 전쟁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제국주의국가들의 동맹은 전간기의 휴전으로 간주하였다.

 

신현실주의자 월츠(Kenneth Waltz)는 후진국을 약탈하는 제국주의국가들이 서로 협력할 가능성을 예견한 홉슨(John A. Hobson)과 그의 이론을 변형해서 제국주의 전쟁의 필연성을 강조한 레닌과 대비시켰다(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같은 맥락에서 나이(Joseph S. Nye)는 20세기 후반에 유럽, 북미, 일본이 평화를 유지한 점과 소연방·중국·베트남에서 국경분쟁이 발생한 점을 비교하여 자본주의가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근거는 희박하다고 반박하였다(Understanding International Conflicts). 하지만 존슨(Charlmers A. Johnson)은 세계에 군사기지를 두고 일상적으로 전쟁을 하는 미국의 딜레마를 구체적으로 밝혔다(The Sorrow of Empire).

 

제국으로서 미국은 중국 북한 베트남 쿠바 등에서 무자비한 제국주의로 묘사되는 반면에 히틀러의 침략으로부터 구제를 받은 유럽에서는 ‘초대에 의한 제국’(Geir Lundestad)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한다.

 

전쟁의 동기가 무엇이든지 간에 승리할 가능성이 낮으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포터(Gareth Porter)는 미국이 프랑스가 포기한 베트남에 개입한 원인을 미국의 군사력이 소연방의 군사력보다 40배 이상 우세했던 점에서 찾았다.

 

고대 중국의 오기는 전쟁의 원인을 명분의 다툼, 이익의 다툼, 증오심의 축적, 내정의 혼란, 기근이라고 하였다. 증오심을 비롯한 정신심리적 요인들은 전쟁의 근본적 원인이 아니지만 전쟁발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동인이었다.

 

투키디데스(Thucydides)는 전쟁의 위협은 개인의 심리상태가 아닌 외부적 세력상태에 비롯된다는 전제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세력불균형에서 찾았지만,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는 과정에서는 쌍방의 정신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상호의심(reciprocal suspicions)는 상대방의 방어준비를 침공의도로 받아들이게 하고 쌍방을 전쟁으로 인도하였다는 것이다. 전쟁의 동기에서 증오·원한·복수심과 같은 관념적·감정적 요소를 전쟁지도자들의 상징조작에 의한 비합리적 요소로 간주하여 그것이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중세의 칭기스칸이 전쟁에 몰두한 이유는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교역로를 확보하여 부를 증대하려는 경제적 목적에서 기인하지만, 실제로는 응징과 보복을 전쟁의 명분과 목적으로 강조하였다. 칭기스칸은 평소에 명분이 희박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새로운 전쟁을 시작할 때는 상대국가의 죄를 추궁하고 설욕을 맹세하는 의식을 통해서 전사들의 의지를 고양시켰다.

 

칭기스칸은 금(여진족)과의 전쟁에 앞서 간구하였다. “영원한 하늘이시여, 금의 왕이 암보가이 칸을 비롯한 조상들을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원수를 갚는 전쟁에 동행하는 이들에게 은총을 내리시소서."(올호노드 하인잔 샥달, 칭기스칸 전쟁술)

 

리처드슨(Lewis F. Richardson)은 국가 간에 상대의 공격에 대한 우려, 즉 전쟁에 대한 쌍방의 두려움이 상승하면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고 경고하였다. 기상학적 표현을 빌리면 전운(war cloud)이 짙어지면 상공에서 폭탄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침략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불신과 의심은 전쟁을 초대하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filling prophecy)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