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핵 사다리 치우기 12

핵 사다리 치우기(2) : 점진적 전파(gradual spread)

영국과 프랑스의 핵 개발 경위는 소연방(Soviet),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드러났다. 1946년 베빈(Ernest Bevin) 영국 외무장관은 “내가 당한 것처럼 이 나라의 다른 외무장관이 미 국무장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면서 비용을 불문하고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틀리(Clement R. Attlee) 수상도 핵무기가 없으면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하였다. 군 최고지도부에서도 핵 자주권을 배제하여 최고의 무기를 타국에 의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1947년 애틀리 내각은 핵개발의 당위성을 간명하게 정리하였다. 핵무기 보유는 강대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담보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고, 서유럽..

핵 사다리 치우기(1) : 후발국들의 결기

파키스탄의 핵 개발에 대해서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예기치 않았던 핵 확산 징후에 미국은 파키스탄을 겨냥하여 “석기시대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는 “우리 핵을 없애려면 인도의 핵도 없애라”고 항변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1965년 알리 부토(Zulfikar Ali Bhutto)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인도가 핵무장을 하면 파키스탄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파키스탄은 천년 동안 싸우고 또 싸웠다. 풀을 뜯어 먹거나 굶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것을 가질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은 나중에 또 석기시대를 거론하였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을 때 파키스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