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COVID-19와 씨름을 하는 동안에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체포, 구금, 고문, 살해하는 만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식량난과 감염확산으로 한계상황에 처한 주민들은 노란 깃발을 내걸어 구조를 호소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민들은 군부의 폭력과 코로나 감염으로 커다란 고통에 빠져 있다. 또한 의료진 부족, 병원 마비, 의약품과 산소공급기의 부족으로 인하여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톰 앤드루 UN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UN 안보리가 개입하지 않으면 미얀마 인구의 절반 가량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미얀마가 동남아의 슈퍼전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의 실제 확진자수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인도네시아는 1일 4만명대, 말레이시아 1일 1만7천명대, 태국과 베트남은 1일 1만명대가 지속되면서 동남아 일대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을 강행한 일본도 1일 1만명대에 들어섰다.
노란 깃발에 응답한 미얀마인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공격해서 의료역량을 파괴하고, 코로나 감염은 폭증하는 가운데 외부의 의료지원은 원활하지 않다. 군부는 국난을 타개하기 보다는 산소호흡기를 구하려는 주민들을 공격하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민트(Thuzar Myint)의 가족 6명 중에서 자신을 포함해서 5명이 감염증상을 앓고 있지만, 자신이 의류공장을 못 나가면서 가족의 먹을 것과 약품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낙심한 민트에게 한 친구가 집 밖에 노란색 천을 걸라고 했고, 달리 방법이 없었던 민트는 노란색 옷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2시간이 안되어서 두 사람이 과일을 가져왔고 어떤 젊은이는 달걀을 주었다고 한다. 마침내 의사가 식료품을 갖고 나타나서 가족들을 진료했고, 약품과 돈을 주었다고 한다. 이후로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최근 양곤을 비롯한 미얀마의 주요도시에서 노란 깃발이 늘어나는 것은 쿠데타로 인한 경제마비와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의료위기가 겹쳐서 수많은 주민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증거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문이나 창에 하얀 옷이나 천을 내걸어 이웃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면접촉이 어려운 조건에서 비상신호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의 눈에 띄도록 하얀색 옷이나 천을 내거는 방법밖에 없다. 말레이시아는 미얀마보다 경제적 수준이 높지만, 코로나사태로 인한 봉쇄조치에 감염이 폭증하면서 한계상황에 처한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일부 지역당국은 주민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불온시하여 중단명령을 내리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얀마 당국도 노란 깃발을 ‘터메잉’의 후속편으로 간주하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권력의 상징조작 vs 저항적 상징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주민들은 한국의 광주항쟁에서 역사적 승리에 대한 증거를 보았다고 하고, 태국과 홍콩의 민주화시위에서 등장한 ‘세 손가락’을 저항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하얀색 깃발에서 착안하여 노란색 깃발을 내걸어 연대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메리엄(Charles E.d Merriam Jr)은 권력집단은 감성적, 비합리적 측면에 호소하는 미란다(Miranda)와 이성적으로 용납하도록 유도하는 크레덴다(Credenda)를 통해서 권력을 정당화한다고 했다.
미얀마 쿠데타세력은 이러한 정당화에 실패하자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료진을 구금하고, 미얀마 주민들은 스스로 저항의 상징과 연대의 신호를 만들어 쿠데타와 코로나에 힘겹게 맞서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세계인들의 이목이 코로나 극복과 경제회생에 쏠려 있는 틈을 타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유엔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현지 언론들은 여러 곳에서 시신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신체가 훼손된 시신이 무더기로 발굴되었다고 한다.
미얀마 젊은 여성의 죽음과 사라진 시신은 21세기 미얀마의 비극이자, 세계의 비참이다. 또한 '국가'의 탈을 쓴 권력의 사유화(집단적)가 초래하는 폐해는 인류역사에서 장구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고질적 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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