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Twin Koreas

통일부 폐지 주장과 언커크(UNCURK)의 호출

twinkoreas studycamp 2021. 7. 10. 16:43

 

 

김병규 트윈코리아연구소장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통일부 폐지를 제기하면서 기존의 통일부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방만이고 혈세낭비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통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단국가들처럼 위원회를 두자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여야를 불문하고 여러 반론이 제기됐는데, 기존의 남북관계와 통일부의 역할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기초한 성찰적 접근보다는 '역사에 대한 무식' 등으로 일축하는 계몽주의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실상은 “기성세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이러한 지경에 왔으니 할 말이 없다”는 개탄이 나와야 정상이 아닐까?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라디오 타이완 인터내셔널)

 

먼저, 명칭으로 따지자면 동·서독과 중국·대만, 그리고 통일위업을 지상과제로 내세우는 조선(DPRK)도 ‘통일’이란 명칭을 앞세운 정부 부처(내각)를 두지 않았다.

 

‘일국 양제’를 주창한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지상과제로 강조하지만 ‘통일부’ 혹은 ‘통일성’ 등의 부처를 두지 않았다. 대만(중화민국)도 몽장원(내몽골·티벳·신장 등 담당)을 행정원 대륙위원회(Mainland Affairs Council)로 통합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책 연구와 정보수집 및 분석, 양안 문제와 교류협력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서독(독일연방공화국)은 전독(全獨)문제부에서 양독(兩獨)관계부로 바꾸었고, 동독의 호네케 서기장은 ‘2민족 2국가’를 제기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은 구체적으로 명칭은 내실있게' 서독의 내독관계부(양독관계부, 1967~73) / 위키피아

 

 

세계 유일의 부처 명칭 : 통일부

 

한국의 통일부는 대북정책의 총괄·조정, 중장기 통일정책의 수립을 비롯해서 남북회담의 총괄, 교류협력, 역외 출입관리, 인도적 지원, 탈북민 정착지원, 정보수집 및 분석, 통일교육 등을 전담하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정전체제를 종식하지 않은 조건에서 기존의 통일부 업무 중에서 남북회담, 교류협력 및 출입관리, 인도적 지원 및 탈북민 지원 등은 타 부처로 분산 및 이관하는 것보다는 전문성을 쌓아온 조직에서 관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정부의 효율성 제고, 혹은 작은 정부론 관점에서 제기하는 통일부 폐지론은 기존의 성과를 전면 부정한다는 인상을 주고 실제로 필요한 전문적 업무까지 무시함으로써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대북정책의 총괄·조정, 중장기 통일정책, 통일교육 등은 국토통일원 설치 이후 통일지상주의를 재생산하면서 결과적으로 ‘반쪽 국가주의(Half a country Statism)’를 초래한 ‘통일부의 본령’이란 점에서 전환적 접근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1991년 UN 동시가입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관성에 빠져 있는 통일부를 폐지하고 남북관계부 혹은 한반도국가협력부 등의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여 미래지향적으로 역할을 조정하고, 남과 북에 온존하는 통일지상주의에 일대 경종을 울려서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언커크 기념우표(1971)

 

 

한국전쟁 중에 구성된 UNCURK(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단)

 

언커크 사무국장단과 장기영 서울시장(서울시, 1960)

 

통일부의 기원은 언커크에서 찾을 수도 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이후 한국전쟁의 전세가 바뀌자, UN은 총회결의(10.7)로 언커크(UNCURK, United Nations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를 창설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38선 이북에 대한 각 부처별 점령정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1월 14일 국회는 권중돈 의원(무소속)이 대표발의한 남북통일대책위원회 설치에 관한 의안을 논의했다.

 

권 의원 등은 남북통일에 대한 정치, 경제, 산업, 문화, 사회 등 각 분야에 관한 연구를 성안하여 언커크(UNCKURK)에 제시하고자 했다. 국회 논의에서 여수일보 사장 출신 정재완 의원(무소속)은 “꿈에도 잊지 못하던 국토통일의 과업이 실현단계에 왔으니 민족전통과 대한민국의 기반 위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한 치밀하고 조직적인 연구표현이 있어야 한다”면서 전담 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했다(박명림, 한국 1950 : 전쟁과 평화, 644쪽).

 

당시에도 명칭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해당 위원회의 정체성과 목적을 표상하는 명칭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가 민감한 문제였던 것이다. 갑론을박을 거쳐 명칭을 ‘한국통일부흥 대책위원회’로 확정했지만, 북진하던 기세가 군우리전투와 장진호전투를 고비로 하여 급격히 무너지면서 한국전쟁이 3년전쟁으로 확장되면서 비참한 희생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이러한 논의들은 점차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후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부에서 국토통일원 개원(1969년 3월)이 이뤄졌다. 이후 1990년 노태우 정부가 통일원으로 개칭했고, 1998년 김대중 정부가 통일부로 개칭 및 개편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경협의 주무부처로 자리잡았다.

 

 

두 가지 관점 : 통일부 폐지는 공통점

 

동서독의 기본조약 합의 서명(문화체육관광부 문화포털)

 

2021년은 남북의 동시 UN 가입 30주년을 맞이한 해다. 대한민국(ROK)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은 별도의 주권국가로 세계적으로 승인된 이래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지금은 통일부 폐지에 대한 즉흥적이고 정략적인 논의가 아니라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부 폐지론의 내부에는 두 가지 관점이 혼재하지만 통일이라는 말이 갖는 압도적 규정력에 비추어 기존 부처 및 명칭의 폐지를 공통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통일지상주의에 기반한 ‘통일’이란 명칭을 부처의 간판으로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관점과 남북협력을 부정하고 진영논리와 대북 적개심에서 비롯된, ‘통일부’ 자체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통일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비관적 견해를 갖는다고 해서 남북의 대화와 평화적 협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전쟁을 겪은 세대에서는 북의 존재를 부정하고 남북협력 자체를 반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에 이명박 정부가 ‘통일부 폐지’를 추진했으나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고 당시 여론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통일부 역할을 축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뉴스>가 9일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남북협력기금(1조 9백억원 수준)을 제외한 통일부 일반예산은 총 2294억원으로 사업비 1655억원과 인건비 543억원 및 경비 96억이 책정되었다. 사업비는 탈북민 지원(979억원)이 60%에 달하고, 나머지 금액이 통일교육(178억원) 통일정책(133억원) 정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구축(104억원, 정세분석(29억원) 등에 할당되었다. 불확실성과 기복이 심한 남북관계에 비추어 협력기금을 투입하는 국면이 아니면 통일부의 예산규모는 부처 최하위 수준이고 그나마 탈북민 사업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최근 남북관계는 2008년~2017년의 암흑기를 거쳐 2018년~2019년의 극적인 호전국면을 맞이했지만,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을 계기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 본 20대~30대 젊은 세대가 남북관계의 ‘영속적 미해결 상태’에 근본적 의문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

 

남과 북의 30세 이하 젊은이들은 한반도에 태어나서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s)를 보고 자랐다. 이들에게 주어진 미래는 전쟁세대(50년대생), 민주화세대(60~70년대생)와 다른 새로운 길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30대 야당 대표의 통일부 폐지 주장을 UN 동시가입 이후 30년 동안 ‘헌법의 침묵’을 방조한 기성세대의 무책임과 미래세대에 대한 국가적 무능에 대한 경종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하나의 국가(One Korea)가 강점과 분단 및 전쟁을 거쳐 군사적으로 견고한 두 개의 국가(Two Koreas)로 고착되면서 ‘재결합 국가’(Uni Korea)를 목적으로 하는 통일부가 장기 존속하게 되었지만, 20세기에 태어난 기성세대가 21세기에 태어나는 미래세대에게 그런 세월을 강요할 권한은 없다.

 

 

통일부 폐지 논란의 건설적 접근 필요성

 

통일부는 스스로 설립의 기원을 1960년대 4,19혁명 이후 제기된 통일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히지만, 실제 통일부의 기원은 한국전쟁 당시 전후복구 및 부흥과 국토통일의 관점에서 발원하였고, 1969년 박정희정부의 국토통일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역대정부의 통일부는 1960년대 통일논의의 주류였던 영세중립(통일) 방안에 대한 지향성에 기초한 연구와 교육은 백안시되었고, 북핵문제를 비롯한 정세의 변화와 역대정부의 성향에 따라 좌표를 잃고 표류하곤 하였다.

 

새로운 세대들은 남과 북이 영세무장중립으로 호혜평등한 관계를 구축하고 전체로서 한반도 국가를 공동 수호하는 ‘쌍둥이 국가’(Twin Koreas) 등 새로운 존재양식에 대한 지혜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 따라서 정치권의 기성 세대는 그들의 주장을 일언지하에 묵살할 것이 아니라 경청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통일부 폐지에 대한 논의가 건설적으로 이뤄지려면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평화공존과 교류협력)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30대 야당대표가 통일부 폐지라는 국가적 의제를 제기한 것을 정치공세로 일축하려는 계몽주의적 발상은 앞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