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딜레마에 대한 짧은 서평
김태항(정치학 박사)
수많은 저작들과 출판물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치 오랜 장마 끝에 드러난 빛나는 햇살처럼 진정으로 놀랄만한, 시의적절한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국가의 딜레마’(사무사책방)였다.
이 책의 저자인 홍일립 박사는 몇 년 전 ‘인간 본성의 역사’라는 기념비적인 저작물을 출간하였다. ‘국가의 딜레마’는 ‘인간 본성의 역사’에 이은 논리적 정합성과 연계성을 갖춘 연구서로 판단된다. 플라톤의 말처럼 국가는 인간의 확대판인데,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 위에 구축된 구조물인 국가를 날카롭게 파헤친 것이다.
이미 ‘인간 본성의 역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저자는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의 정당성과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저자는 소수의 사악한 권력 엘리트와 다수의 선량한 대중이라는 이분법적 구분 역시 지양하고 있다.
저자는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존 F. 케네디의 연설 내용에 대해,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고상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요구하기 전에 국가는 항상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통렬하게 일갈했다. 이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기조가 아닐 수 없다.
오늘도 불철주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정치인들, 관료들, 대학의 연구자들, 그리고 국가 시스템의 들러리 역할을 하면서 권력층의 교묘한 편 가르기 술수(divide and rule)에 길들여진 신민들과 더불어 정치적 니힐리즘에 빠진 사람들에게도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국가와 민주주의 시스템의 적나라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지적 희열과 흥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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