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가(World Politics)/우크라이나(Ukraine)

북·러, 우크라이나 파병 공식화 : 한반도와 유럽의 지정학적 연동

twinkoreas studycamp 2025. 4. 30. 14:35

최근 조선(DPRK)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선의 파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의(謝意)를 표했다.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양국이 파병을 공식화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부도덕성과 반인륜적 참상에 관한 논의와 별개로 힘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 관찰되어야 할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러시아 언론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선인민군 부대원들(쿠르스크전선)

 

 

 

 

첫째, 조선은 1945년 분단 이후 80년만에 처음으로 해외파병을 했다. 한국(ROK)이 베트남 파병을 비롯해 중동지역 등에 평화유지군 등을 파병하는 동안 조선은 군사고문단이나 소수의 군인들을 베트남, 아프리카 등지에 파견하는데 그쳤다.

 

둘째, 조선은 수백명 가량의 형식적 규모가 아니라 최대 15천여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정규군을 파병했다.

 

셋째, 조선의 파병지역이 러시아의 군사적 요충지이자 역사적으로 상징적 의미가 담긴 쿠르스크지역이란 점과 파병의 효과가 실제 전황(戰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히틀러는 눈의 가시 같은 돌출부(쿠르스크)를 분쇄하고 진공의 교두보로 삼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나치의 기갑사단은 쿠르스크에서 벌러진 지상최대 탱크 격돌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퇴각했다.

 

 

 

넷째, 조선은 핵무장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EU 국가들에게 지정학적으로 격리된 극동의 은둔국가로 간주되었지만, 이번 파병은 러시아와 조선의 지정학적 연계성이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의 지정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조선의 파병은 한반도 국가들이 EU의 집단안보를 비롯해 유럽 각국의 정치·군사·외교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위자들(players)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동안 NATO의 회원국들은 한국이 옵저버 국가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다소 냉소적이었지만, ·우크라이나전쟁에 등장한 뜻밖의 제3 정규군은 한반도가 머나먼 유럽까지 지정학적으로 연동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그동안 EU의 테이블에서 한반도 국가를 변방의 국외자로 간주하던 무신경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조선의 파병은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을 실질화시키는 극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과 향후 종전 및 철군 과정이나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반면에 파병의 공식화는 사상자 규모 등에 관한 조선 내부의 여론관리에 다소간 도전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사망 6백여명을 비롯해 47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한민국 국가정보원 국회 보고).

 

또한 지금의 파병 명분은 러시아 영토를 수복하는 방어적 차원으로 알려졌지만, 양국의 파병 공식화는 향후 러시아가 추가파병 및 우크라이나 영토로의 진격을 요청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파병군이 현지 국가들의 분쟁 원점(국경선)을 넘어가는 문제는 여러 국제적 문제를 잉태할 수 있다. 한국전쟁에서 중국은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는 것을 참전의 임계점으로 삼았고, 중국 인민지원군이 38선을 넘어 남진하는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내부적 논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조선의 파병은 전쟁의 정당성 논란과 별개로 기존의 한반도 지정학을 변화시키는 역사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