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완 전 공항공사사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 전 사장은 광주일고, 동국대 경찰학과를 나와 전북경찰청장과 경찰대 학장을 역임하고, 코레일 상임감사를 거쳐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안산단원을에 출마해 낙선한 다음에 문재인정부에서 한국공항공사 사장(2018~2022)을 지냈다. 2020년 5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사업 당시 공항공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무안공항 참사 특이점 : 로컬라이저 구조물 충돌
179명의 생명이 희생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및 폭발사고는 버드 스트라이크(철새도래지 새떼관리 실패)ㅡ랜딩기어 마비(선행요인에 의한 유압 부작동 혹은 기체결함 혹은 정비불량)ㅡ로컬라이저 완충기능 부재(높은 토담)가 연쇄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하지만 동체폭발의 직접적 원인은 로컬라이저와의 충돌이란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전남 무안공항에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228명 사망) 이후 최악의 항공기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착륙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착륙 및 전후과정에서 발생하는 항공기사고는 화재와 폭발로 인해 대형참사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이번 사고는 충돌과 화재로 인해 생존자 구조의 가능성이 희박하고 시신수습 및 신원확인조차 어려운 조건이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는 랜딩기어 부작동 조건에서 동체착륙에 성공했으나, 활주로 제동에 실패하고 오버런으로 로컬라이저 구조물(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해 대참사가 초래됐다.
여객기는 착륙과정이 아니라 착륙 후에 오버런(over run)으로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하면서, 비행기 후미에 탑승한 남녀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모두 희생됐다.
항공기 사고는 원인 등 진상규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기체결함과 조종사의 판단 등을 둘러싼 이해와 관점의 대립으로 여러 논란이 파생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사고원인과 결부된 주변 정황을 짚어볼 수 있다.
1. 취항 20일째, 동체착륙 후 로컬라이저 구조물과 충돌
무안공항은 12월 8일부터 겨울철 해외여행지인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에 대한 국제선 정기운항을 17년 만에 재개했다.
제주항공은 2018년부터 무안공항에 취항하여 일본 오사카,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 등 3개 노선을 운영하였으나 2020년 코로나사태로 중단했고, 12월 8일에 방콕을 비롯한 국제선 정기노선을 개시했다. 사고 항공편은 일주일에 4번 정도 운항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왕복 기준 32번째 비행 중에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수익극대화를 위해 셔틀 방식이 아니라 네 곳을 순회하는 방식이고, 기체정비도 매회 30분 이내라고 한다.
이런 여건에서는 조종사가 주변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조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사고 여객기의 비행일정과 혹사 논란. 표=한국경제신문 )
역대 항공사고에서 항공사의 노선 이력과 조종사의 비행 기록을 점검하는 것은 공항의 조건(관제탑의 통제시스템, 활주로 및 주변 공간), 지형, 기후, 버드 스트라이크, 로컬라이저 등 기타 구조물 위치 등에 대한 고려와 함께 가장 기본적인 체크리스트에 속한다.
무안공항 참사는 역대 대형참사와 다른 특이점이 있다. 사고 여객기가 비록 동체착륙이지만 야산(중국 동방항공)이나 바다 혹은 활주로 직전의 문턱(괌)에서 추락 및 폭발한 것이 아니라 활주로에 비상착륙 후 오버런으로 설치위치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과도한 규모'의 로컬라이저(localizer)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로컬라이저)
(토담과 콘크리트로 장벽처럼 구조화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충돌 이후 드러난 로컬 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과 파헤쳐진 토담. 옆에 여객기 잔해가 보인다.)
(확대 :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의 두께와 너비가 옆쪽의 소방대원들에 비해 상당히 육중하다.)
또한 조종사가 랜딩기어의 부작동을 인지한 시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좀더 이른 시점에 랜딩기어 문제를 관제탑과 연착륙을 상의하여 지상에서 제동물질 도포 등으로 동체와 활주로의 마찰을 줄이고 동체의 제동력을 높이는 긴급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이데이 직후 충돌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활주로가 짧은 항공모함에서 함재기의 오버런을 제동하는 장치)
당시 상황과 사고원인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 관제탑과의 교신기록과 조종실 녹취록 등 블랙박스의 분석이 필요하다.
2. 상황의 재구성(추정)
오전 8시 20분경 : 조종사가 착륙 예정시간(8시 30분)에 맞추어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버드 스트라이크 경보가 발동됐다. 여객기는 지상 200미터 상공에서 우측 날개의 터빈에 기러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유입되면서 충돌로 인한 충격파와 함께 상당한 부피의 백색 연기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감지한 조종사는 기수를 돌리고, 한쪽 엔진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체의 일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목격담을 고려하면, 이 시점부터 조종사에게 갑자기 비상상황의 압박이 시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는 조건에서 조종사는 기체를 선회하는 동안 관제탑과 교신하여 상태이상을 통지하고 2차 착륙을 시도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관제탑은 공항소방대 등을 호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9시 5분경 : 조종사는 2차 착륙 시도에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엔진 일부의 문제와 기내 일부의 화재 등으로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으로 관제탑에 ‘메이데이’를 송출하고 동체착륙을 감행했다.
랜딩기어의 부작동 상황에서 비상착륙은 기체는 항공유 방출로 동체의 무게로 인한 마찰충격과 폭발의 위험을 줄이고, 활주로는 동체와의 마찰충격을 줄이는 완충 기능과 동시에 제동력이 있는 거품 형태의 물질을 발라서 동체의 관성을 저지해야 한다.
사고 여객기는 방콕에서 5시간 이상 비행하는 동안 항공유를 대부분 소진했을 것으로 보여 연료방출은 부차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시간의 촉박함으로 인해 활주로에서의 제동대책이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서 활주로 길이, 활주로 말단에 완충지대(모래성)가 아니라 콘크리트 장벽(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설치된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기종이 취항하지 않는 지방공항의 활주로 여건은 대부분 무안공항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지방공항에서 동체착륙은 이번 사건과 같이 동일한 위험성을 갖고 있다.
또한 목격담에 따르면 동체착륙 직전의 하강 각도가 충분히 꺾어지지 않아 연착륙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있으나, 유압 등의 작동이상으로 조종사의 근력으로 제동하려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고도의 테크닉과 완력을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3. 기장의 판단에 관한 문제 : 항공사고 조종실 녹취록 분석사례
2016년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향해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여객기의 엔진에서 미세한 화재가 발생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기장이 활주로에 진입해 주행하는 여객기를 멈추고 비상탈출을 선언하는 것은 그 여파가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단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당시 기장은 대한항공 역사상 조종사에 의한 최초의 비상탈출로 알려진 결단을 내려 3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사후 조사에서 비행기 엔진은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기장이 비행시간이 1시간 정도인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정비할 요량으로 이륙을 감행했다면 대형참사로 귀결될 수 있었다.
1982년 1월 워싱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에어플로리다 90편이 얼마 못가서 포토맥강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 항공당국은 사고원인으로 겨울철 비행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장의 부주의, 결빙의 위험성에 대한 낮은 이해와 미흡한 조치들, 결빙방지 스위치에 대한 부주의, 역추력의 부작용, 계기판의 오차 등을 망라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전재된 과학지 논문에서 트리버스(Trivers)와 뉴튼(Newton)은 조종실 녹취록의 분석에 근거하여 기장(주조종사)의 ‘자기기만’(self deception)과 사실회피가 추락사고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두 과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비행준비단계에서 악천후와 결빙을 우려했던 부조종사가 이륙순간이 다가올수록 현저하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기장은 통상적인 조건이라는 뉘앙스로 기술적 용어들을 반복하면서 이륙을 강행했다. 비행기는 어렵사리 이륙했지만 작동을 멈추고 추락했다. 두 학자는 부조종사가 기장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던 순간을 ‘자기를 기만하는 자와 사실을 좇는 자의 분화’라고 지칭했다.
트리버스는 탑승객 154명 전원이 사망한 보잉737 아마존 추락사고, 75명 전원이 사망한 에어플로트 593편 추락사고,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의 폭발사고 등도 조종사 혹은 관계자들의 자기기만이 작용한 문제로 보았다.
4. 철새 도래지와 공항, 그리고 태양광 : 버드 스트라이크(Birds Strike) 예고
문재인정부의 환경부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2020)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또한 공사중인 활주로 연장사업으로 인해 기존 활주로는 오히려 300미터 가량 줄어든 상태로 알려졌다. 무안공항은 철새도래지인 무안저수지 주변이고, 2025년에 활주로가 연장되면 현경면·운남면의 철새도래지와도 인접하게 된다.
무안공항은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되었고, 최근에는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전남지역의 역점공약으로 무안공항의 업그레이드를 제시한 바 있다.
5. 저가항공사와 지방공항의 취약한 조합
경제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연말연시의 저비용 해외여행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동남아여행은 저가항공사(LCC)의 폭발적 성장과 노선확대를 초래했다.
국내 저가항공사는 9개로 늘어나 일본(8)과 독일(4)을 추월하고 미국(9)과 대등할 정도로 많아졌다. 국내외 여객점유율 합계에서도 풀서비스 항공사(FSC)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추월했다.
하지만 12.29 무안공항 참사는 지방공항(관제/설비)과 저가항공사(조종/정비)의 조합에서 발생한 사건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참사는 착륙 직전의 버드 스트라이크(새떼 충돌)라는 돌발변수로만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그동안 저가항공사의 장거리노선 확대과정에서 사소한 고장이나 사고들이 꾸준히 증가했다. 대형사고 1건이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작은 사고에는 300건의 사소한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항공업계와 담당부처가 무안공항 참사의 전조(前兆)를 간과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또한 보잉사 여객기의 기체결함이나 시스템상의 문제, 15년 이상 중고 비행기의 다량 유입에 따른 리스크 등에 대해서도 당국의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참사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가항공사(LCC)의 해외노선 확대와 지방공항의 활성화라는 최근 추세에 경종을 울렸다. 무안공항의 국제선 취항은 인천국제공항과 격리된 전남지역의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했지만, 이번 사고와 같은 예기치 못한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과 설비의 미비가 드러났다.
따라서 이른바 ‘C급’(저가) 항공사의 소형기종이라도 유사시에 활주로 동체착륙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정을 비롯해 다종다양한 공항내 비상상황을 전제하여 공항의 설계 및 재정비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다.
고급 대형기종이든, 저가 소형기종이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모든 항공기의 비상상황에 대비한 보완대책이 전국의 지방공항에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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