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참사의 재구성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사고 수사본부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2시경 과천시 갈현동에서 발생한 ‘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참사’는 원인제공자와 고속도로 관리센터 책임자의 부실하고 무책임한 대처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과천시 갈현동 고가도로 방음터널 화재사고

 

터널화재로 인한 인명피해(5명 사망)는 최초에 화재가 발생한 폐기물운반용 5톤 집게트럭이 진입하려던 성남방향이 아니라 반대편의 안양방향에서 발생했다.

 

화재가 난 쪽은 후속차량들이 사고를 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입을 멈추지만, 반대쪽에서는 인지하지 못하거나 건너편의 문제로 착각하기 쉽다. 설혹 선행차량이 심각성을 인지해도 후속차량의 진입을 제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

 

따라서 터널과 같은 특수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관제센터는 주행여부를 알리는 LCS와 전광 표지판(VMS) 등을 통하여 단호한 초동조치를 5분 안팎에 즉각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제2경인고속도로 관제센터는 이러한 기본적 매뉴얼을 이행하지 못했다.

 

화재가 발생한 차로의 후속차량이나 궤도의 반대방향으로 피해가 전가되는 현상은 대구지하철 참사 등에서 심각하게 드러났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무신경하게 재연되고 말았다.

 

대구지하철화재사고 당시에 방화가 자행된 지하철 객차에서는 대피가 이뤄졌지만 후속 열차의 진입을 차단하지 못해서 정작 피해는 후속차량에 전가되었다. 

 

수사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폐기물운반차의 운전자는 화재발생을 인지하고 자신의 소화기로 대처하는데 그쳤다. 주변의 비상벨과 소화전을 활용하여 신속한 대처와 지원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불이 점점 커지자 119에 신고하고 스스로 대피했지만, 방음터널의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들을 하지 못했다. 이 차량은 2020년에도 고속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당일 오후 1시 46분경에 화재발생이 제2경인고속도로 관제실의 CCTV에 나타났지만, 모니터링에 집중하지 않았던 책임자 등 직원들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한 오후 1시 49분경에 순찰 직원의 보고로 화재를 인지했지만, 양방향 차로에 대한 대피방송 및 차단조치 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2시 이후 화재로 인한 단전으로 터널의 전기공급이 차단됨으로써 더 이상 후속조치를 취할 방법이 사라졌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에서도 승무원이 대피하면서 마스터키를 빼서 갖고 나오는 바람에 객차에 전원이 차단됨으로써 승객들의 대피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번 사고에서도 2시경에 단전으로 인해 터널의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안양방향 진입로의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았고, 차량들은 화재의 인지여부와 무관하게 터널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당국은 최초 원인제공자인 운전자와 관제센터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등 엄중한 사법처리에 나섰다. 또한 차량을 소유한 업체의 대표, 관제센터의 직원도 입건했다.

 

유사한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방음터널과 같은 특수한 조건의 도로구조물에서의 각종 사고예방을 위한 조사연구와 대책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터널과 같이 차단 및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차로의 방향과 무관하게 주변 차량은 공동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운전면허시험이나 도로교통 교육 및 비상대응 홍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운전자와 동승자들이 어림짐작으로 대처하지 않도록 계도할 필요가 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