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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뒤집힌 태극기 배지 : 먹사니즘과 막사니즘

twinkoreas studycamp 2024. 7. 11. 16:37

기자회견 중 발견된 뒤집힌 태극기 배지

 

 

 

뒤집힌 태극기 배지처럼 '먹사니즘을 뒤집으면 막사니즘'이란 풍자가 나올 법하다. 여러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임도전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달고 나와 의문을 초래했다. 누군가 달아준 것일테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이 점검하지 않은 탓이다. 170석 거대야당의 현주소다.

 

공식석상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나오는 것은 뭔가 국가주의에 어필하고자 할 때, 혹은 자신이 얼마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람인지를 부각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태극기 배지를 제대로 착용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런 일을 해프닝으로 치부하더라도, 그의 연임에 대한 여론은 싸늘한 편이다. 711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연임에 대해 반대(51%)가 찬성(35%)보다 훨씬 많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찬성이 많지만, 다른 정당 및 무당파는 반대가 많았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해 781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면접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18.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먹사니즘의 사회적 맥락

 

이 전 대표는 국가적 당면과제에 대해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먹사니즘은 아마도 과거에 유행했던 민생제일주의라는 뜻으로 쓰여진 듯하다.

 

먹고 사는 문제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전제한다면, 먹사니즘이야말로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그런데 20여년 전에 유행했던 '먹고사니즘'이란 말은 생계유지에 급급해 국가대사나 시국현안 등을 외면하는 탈정치적 태도와 정치적 무관심을 비꼬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이명박정부의 뉴타운 열풍 등 이른바 욕망의 정치에 대한 사회적 각성 및 반발이 작용했고, 그래서 이 말은 우민(愚民)을 풍자하거나 자조(自嘲)하는 맥락으로 쓰여졌다. 먹사니즘이란 말은 뒤집힌 태극기 배지처럼 그 용례가 거꾸로 선 듯한 인상을 준다.

 

 

막사니즘에 드리운 그림자 

 

우리는 정치에서 목적과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단과 태도의 적절성 및 정당성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먹사니즘의 쌍생아 같은 막사니즘은 막산이에서 파생된 말로 보인다. 막사니즘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거꾸로 아무런 목적 없이 본능에 따라 무분별하게 처신하는 삶의 태도 및 행동방식을 가리킨다.

 

민주당 내부의 쟁투에서 수박막산이라는 말은 정책노선의 대립이나 이데올로기 갈등보다 당내 패권을 둘러싼 아귀다툼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막산이에 대한 사회적 비호감이나 사법리스크는 엄연한 현실이다.

 

법원은 여러 건의 범죄를 저지르고 반성하지 않는 막산이들에게 준법의식이 미약하고 개전의 정이 부족하여 지은 죄의 책임에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실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막산이들은 누범 및 상습성, 자기변호 이상의 거짓말 등으로 법관 농락, 사회적 지탄, 사법정의를 위한 가중처벌 등이 적용돼 법정구속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트럼프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 의해 재직 중 공적인 사안들에 대해 면책을 받았지만, 사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여러 혐의는 미국 민주당이 조작한 것이 아니다. 사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는 막산이의 자업자득이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막산이의 자업자득이다.

 

막산이들의 국제적 공통점은 자신의 행적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초래한 리스크를 오히려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허위와 사실이 뒤섞인 개소리로 대중을 기만하려고 한다.

 

또한 막사니즘을 추종하는 마가(MAGA)와 개딸이라는 나치 유겐트의 성인버전과 같은, 아렌트(H. Arendt)가 말한 폭민(mob)과 같은, 복잡한 성분이 뒤섞인 유무형의 네트워크 및 군중은 기존 정당을 비정상적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으로 정당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여과기능(필터링)이 형해화되거나 마비된 미국과 한국의 양당정치의 폐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공화당과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이 자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