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북핵의 성격

미 NIC, 북의 '핵 지렛대' 강압전략 전망

twinkoreas studycamp 2023. 6. 24. 20:32

미 국가정보위원회(NIC)622일 공개한 북핵관련 중장기 시나리오, ‘North Korea : Scenarios for Leveraging Nuclear Weapons Through 2030’에서 조선(DPRK)이 핵무력 증강을 지렛대로 삼아 대외 강압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 국가정보위원회

 

김정은 위원장이 주변국들을 위협하면서 양보를 받아내고 내적으로 체제의 군사적 신임을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 이외의 치명적 공격을 포함한 강압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그동안 주로 치명적이지 않은 강압적 수단에 의존해 온 김 위원장이 핵무력 증강으로 외부의 보복 등 원치 않는 결과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따라 주요한 타국 정부를 압박하고 목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표적외교나 은밀한 조치, 제한된 군사력으로 긴장을 고조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에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으로 한반도 전체의 장악과 정치적 지배를 추구할 가능성은 강압전략보다 현실성이 낮다고 보았다. 그러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이 남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고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면서 중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경우나 국내 혹은 국제적 위기로 인하여 김 위원장이 현상타파의 목표(revisionist goals)를 실현할 마지막 기회라고 결론을 내릴 경우에는 공격전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어에 전념하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보았다. 이 시나리오는 북이 핵무기 등을 증강하지만 한반도의 긴장이 지속적으로 완화되는 경우인데, 북은 물론이고 남과 미국에게도 이러한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다.

 

미 국가정보위원회

 

 

 

핵무장이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

 

(이하 <트윈 코리아 : 한반도의 지정학적 재탄생>, 95~98pp)

 

"핵개발 및 운반체를 완성한 시점인 1955년 이후 영국의 대외정책은 심대하게 변화하였다. 영국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더욱 결속시키고, 미국의 대외정책에 좀더 독립적으로 반응하면서 핵무장의 효능을 입증하였다.

 

핵탄두의 개발시점(영국 1952)부터 이러한 효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시점(영국 1955)부터 이러한 효능을 갖게 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영국은 핵개발 시점보다는 핵실험 및 운반체가 이뤄진 이후에 담대성(emboldenment)이 나타나고 이전에 비해서 두드러진 변화들이 나타났다(Mark S. Bell, Beyond Emboldenment : How Acquiring Nuclear Weapons Can Change Foreign Policy).

 

조선의 핵무력 완성 공표시점(2017)이 최초의 핵실험(2006)에서 10년 정도 지났다는 것을 고려하면 후자의 견해가 현실에 부합한다.

 

2017년 이후 조선의 선군노선은 무위(armed suasion)에 기초한 선군외교의 담대성(emboldenment)으로 나타났다. 조선은 핵무장을 통하여 재래식 군비의 증강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군사적·외교적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이스라엘, 파키스탄, 조선의 핵무장은 핵무기가 강대국의 핵위협 외교를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스스로 안보가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비관주의의 산물이자 강대국에 대응하는 강력한 균형추(the great equalizer)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 벨(Mark S. Bell)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국가는 대외적으로 공격성(aggression)을 강화하고, 팽창(expansion)을 지향하고, 독립성(independence)을 제고하고, 동맹국과의 결속(bolstering)을 강화하고, 협상에서 완고성(steadfastness)이 드러나지만, 반면에 타협(compromise)의 비용은 감소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영국의 핵무장 이후 외교정책을 검토하였다.

 

벨은 1955년 이후 영국의 대미 외교를 비롯한 대외관계에서 독립성과 완고성이 강화되고, 동맹국과의 관계가 굳건해지고 타협의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대외정책에서 공격성이 두드러지거나 국가목표에서 팽창적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핵무기가 세력균형과 전쟁억지에 미치는 효과를 요약한 케네스 월츠의 정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핵무기는 전쟁으로 얻으려는 이득보다 쌍방의 피해를 훨씬 크게 만들었다.

 

둘째, 핵무기는 쿠바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쟁 돌입을 신중하게 만들었다.

 

셋째, 핵무기로 인하여 재래식 무기로 방어하는 나라의 영토를 공략할 필요가 없어졌고, 핵무기에 기초한 억지전략은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서 전쟁을 해야 할 필요성을 제거하였다.

 

넷째, 타국의 영토를 침공하는 국가의 정복의지보다 자국의 영토를 지키려는 국가의 방어의지가 더 강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핵무기(보유국)는 주변국의 잠재적 침략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다섯째, 핵무기는 군사적으로 오산하기 어렵게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적절한 예견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벨의 관점에서 조선의 핵무력 완성 공표 이후 대외적 변화를 살펴보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전과 다른 담대성이 두드러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미 정상과 여러 차례 회담을 가졌고, 외교적 협상에서도 독립성과 완고성이 부각되었다. 또한 타협의 비용감소라는 측면에서 회담장소에 대한 유연한 접근과 장거리이동에서 과거와 다른 여유 있는 태세들이 관찰되었다.

 

조선의 대외적 변화는 연대 미상의 원자탄 제조시점이나 최초의 핵실험(2006)보다 20176차 핵실험과 ICBM 발사시험 이후에 두드러졌다. 조선은 핵무력 완성의 공표를 계기로 무위(armed suasion)에 기초한 외교적 담대성이 나타났고, 재래식 군비의 증강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군사적·외교적 경지에 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