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에서 파헤친 것은 한국의 전통적 매장문화가 아니라 일본인들의 시대착오적 정신세계였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와 엔저가 겹치면서 일본 여행이 활짝 열린 시기에 '묘바람'을 막으려고 시작한 파묘가 일본의 과거 행각을 캐냈다는 영화의 결말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일본의 공격적 집단주술과 한국의 방어적 집단주술을 다룬 만화적 무속영화라고 하기에는 역사적으로 누적된 팩트의 질량이 무겁다. 묘바람에 투영된 일본의 정신세계 ‘파묘’라는 말은 부관참시와 같이 뭔가 불온한 뉘앙스를 갖지만, 후손들이 조상의 묘에 물이 차는 등 문제가 생길 경우에 이장(移葬)하거나 다른 이유로 합장(合葬)을 할 경우에 불가피한 과정이다. 첩장(疊葬)이라는 것도 남의 명당(묘)에 슬쩍 암장 (暗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