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레믈의 서기장들 3

끄레믈의 서기장들(Ⅴ) 소련의 붕괴

김태항(정치학 박사) 미하일 쎄르게이비치 고르바초프(Михаил Сергеевич Горбачев) 5 뻬레스뜨로이카의 위기 고르바초프는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르크스-레닌주의적 경제 관념에 아담 스미스(Adam Smith)적 요소를 첨가하기로 했다. 즉 그는 뻬레스뜨로이카의 본격 가동을 위해 국유 기업의 자치 확대(расширение самостоятельности) 및 사기업 활동, 부분적 사유화 허용 등 사적 영역의 활동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렇듯 고르바초프는 고(故) 아담 스미스를 초빙하여 꺼져가는 경제에 불꽃을 피워보고자 했지만, 오히려 물자 부족은 만성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고르바초프 시대에서도 노멘끌라뚜라들은 질산이 첨가되지 않은 질 좋은 사씨스끼(сосиски; 소..

끄레믈의 서기장들(Ⅴ) 최후의 레닌주의자

김태항(정치학 박사) 미하일 쎄르게이비치 고르바초프(Михаил Сергеевич Горбачев) -1 스따르쉰스트보(старшинство; seniority)의 붕괴 소련, 나아가 러시아의 슬라브 사회에는 예로부터 젊은 사람보다 연장자이자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지도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는, 이른바 스따르쉰스트보(старшинство)라는 전통이 있다. 동양의 장유유서(長幼有序) 또는 경로우대와 유사한 문화인데, 자연히 소련공산당 정치국 내부에도 이러한 전통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내에 고령의 서기장들이 연달아 사망하자, 정치국의 노인들도 이제는 스따르쉰스트보를 고집할 수가 없게 되었다. 80세의 찌호노프와 76세의 그로미코, 71세의 그리쉰 등이 정치국 내에서 힘 좀 쓰는 노인들이었는데..

끄레믈의 서기장들(Ⅱ) : 노인정치 시대

김태항(정치학 박사) 레오니트 일리취 브레쥐네프(Л. И. Брежнев, 1964~1982 재임) 6 게란따 끄라찌야(геронтократия ; 노인정치) 폴란드 출신의 소련 전문가인 리처드 파이프스(Richard Pipes) 전 하버드대 교수는, 브레쥐네프가 집권 말년에 노인성 치매 증상을 뚜렷이 보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브레쥐네프의 건강 문제는 1971년부터 시작된 고질적인 문제였고, 1974년 몇 차례의 뇌출혈에 이어, 1976년부터는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육체와 정신이 골고루 망가진 상황이었다. 이로부터 6년간 소련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거의 반쯤은 죽어있는 사람이 통치한 것이다. 물론 브레쥐네프의 늙은 동료들인 안드로뽀프, 우스찌노프, 그로미코 등 끄레믈의 알리가르히(олигар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