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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독재자 경고 신호

twinkoreas studycamp 2021. 4. 13. 11:24

미얀마에서는 선거결과를 부정하고 노골적인 폭력행사로 정치권력을 탈취하는 군사쿠데타가 발생하였지만, 대개의 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선거라고 하는 제법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나라에서도 독재자의 출현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해 미국에서는 선거로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불복으로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일찍이 린츠(Juan Linz)는 <민주주의 정권의 몰락(The breakdown of democratic regimes)>에서 반민주적인 정치인을 식별하는 기준을 세우려고 했다. 최근에는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지블렛(Daniel Ziblatt)이 린츠의 문제의식에 착안하여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하는 ‘전제주의 행동’에 관한 경고신호를 체계화했다(Levitsky et al, How Democracies Die).

 

 

 

 

전제주의(despotism)는 민주주의·입헌주의·공화정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1인 혹은 소수의 절대 권력이 지배하는 독재정치로서 역사적으로 광범하게 나타났다.

 

고대 유럽의 참주정치(tyranny), 중세의 전제군주 및 귀족정치(autocracy), 중국의 천자와 환관정치, 러시아의 차리즘(tsarism), 현대의 파시즘․나치즘, 스탈린 등의 전체주의, 과거 한국과 남미의 군사독재 등은 모두 전제주의 및 전제정치에 해당한다.

 

 

 

 

공저자는 선거로 집권한 정치인이 사실상 선거를 철폐하고 독재체제를 구축하여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빈발하는 이유를 ‘정당의 여과작용 미흡’에서 찾았다. 쇠퇴하는 기성 정치세력이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잠재적 독재자와 동맹을 맺고, 선거승리로 가는 문을 열어주고 장차 전제정치가 득세하게 된다는 것이다.

 

레비츠키와 지블렛은 민주적인 정당이 잠재적 독재자를 키워서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는 사례를 무솔리니·히틀러·차베스의 정치적 성장과정을 통해서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들은 또한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에서 온건한 보수우파가 극우세력의 발흥(rising)을 차단하기 위하여 중도좌파와 연대하고 독재의 출현을 예방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결론적으로 선거를 통한 합법적인 독재자를 막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최초로 관계를 맺은 정당의 내부에서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차적으로 해당 정당이 타 정당과 연대해서 독재자의 최종적 승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저자는 잠재적 독재자를 식별하는 ‘전제주의 행동’의 첫 번째 신호를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혹은 준수 의지의 미흡으로 규정하였다.

 

이들이 수립한 체크리스트(Check List)에 따르면 헌법을 부정하거나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거나, 선거제도 철폐를 비롯해서 헌법 위반, 정부기관 폐쇄, 시민 기본권 및 정치적 권리의 제한을 주장하거나, 권력장악을 위해 군사쿠데타와 폭동과 같은 헌법을 초월한 방법을 시도 혹은 지지하거나, 선거불복과 같이 선거제도의 정당성을 부정한 인물은 잠재적으로 독재자일 가능성이 높다.

 

체크리스트에서 두 번째 신호는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부정이다. 구체적으로 경쟁자를 전복세력이나 헌법질서 파괴자로 비난하거나, 경쟁자가 국가안보나 국민의 삶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거나, 상대 정당을 근거 없이 범죄집단으로 몰아세우면서 법률위반(혹은 가능성)을 문제 삼아서 정치무대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경쟁자를 근거 없이 은밀한 외국 스파이로 주장한 적이 있으면 전제주의 행동의 경고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신호는 폭력의 조장 혹은 묵인이다. 무장단체․준군사조직․군대․유격대 혹은 폭력과 연관된 조직과 연관성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혹은 정당을 통해서 정적에 대해 폭력행사를 지원 혹은 조장하거나, 폭력에 대한 비난이나 처벌을 부인함으로써 지지자들의 폭력행위를 암묵적으로 동조하거나, 과거 혹은 해외의 심각한 정치폭력을 칭찬하거나 비난을 거부한 적이 있으면 요주의 인물이다.

 

네 번째 신호는 언론 및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이다. 명예훼손과 비방 및 집회를 금지하거나, 정부 및 정치조직을 비난하는 것에 대한 시민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법률이나 정책을 지지하거나, 상대당과 시민단체 및 언론에 법적 대응으로 협박하거나, 과거 혹은 해외에 나타난 정부의 억압 사례를 지지한 적이 있으면 잠재적으로 독재자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저자는 네 가지 경고신호 중에서 하나라도 충족하는 정치인을 전제주의 리트머스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난 요주의 인물로 규정하였다. 또한 역사적으로 잠재적 독재자의 유형은 차베스·트럼프와 같이 ‘포퓰리즘 아웃사이더’가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