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에 출마했던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예비후보를 사퇴하면서 진보 성향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혀 노동계와 진보진영에서 역풍이 만만치 않다.
민주노동당(정의당), 진보당 등 군소 진보정당은 민주당이 다루지 않는 진보적 의제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시대의 창’과 같은 등대정당의 역할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김재연 사퇴 논란과 해묵은 정파주의 그림자
김 예비후보가 사퇴한 이유는 압도적으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이에 대한 시중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둔갑해 의석을 하나씩 확보한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과 조국 대표가 수감된 조국혁신당이 모두 후보를 내지 않고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한 마당에 노조와 농민회의 현장성이 강하다는 진보당이 자체 후보를 중도하차시킨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진보당과 정의당으로 분립하기 전에 민주노동당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노조와 농민회는 최근 민주노동당이라는 당명을 복원한 권영국 후보에 대한 심정적 지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진보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과거에 얽매인 정파주의와 소아적 이해타산의 폐해라는 비난을 초래했다.
이른바 NL계가 대부분인 전농과 NL계와 PD계가 혼재한 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복원에도 불구하고 정파주의가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민노총과 진보당의 NL계는 민주당의 외곽조직처럼 움직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5월 6일 금속노조 출신 300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5월 7일 김영훈 등 민주노총위원장 출신 3명을 비롯해 간부 208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비판성명을 냈고, 노동계 일각에서는 ‘강성노조 출신 노동계 귀족들의 귀화’라는 풍자가 나오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노동계 후보의 변수는 크지 않았다. 백기완 후보의 사퇴가 노태우 당선을 막지 못했고, 권영길 후보의 완주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막지 못했다. 또한 민주당은 한국노총과 장기적 연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노동계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국노총 위원장이 공동총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탓에 진보당과 민노총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아니라 굳이 이재명 후보의 밥상에 숟가락을 올렸다는 힐난을 초래한다.
특히 농민회 선도투쟁 조직인 전봉준트랙터 일동은 후보 사퇴에 대해 “배신과 기만을 넘어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당원이 선출한 후보를 상층부에서 임의로 사퇴시킨 것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진보당이 내란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국민의힘에서 상층부가 후보교체를 결정해도 당원투표에서 부결되자 원상복구된 것에 비하면 진보당은 항상 ‘진보와 민주’로 입을 털면서 정작 보수정당만도 못한 비민주적이고 비자주적인 결정을 자랑처럼 떠벌리는 자기기만을 드러낸다.
이 사건의 여파로 당 안의 당이라는 이대종 진보당 농민당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했고, 고미경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서도 전북도당 등에서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민노총이 조기대선에서 연맹 차원의 지침을 수립하지 못한 것은 주로 NL계열의 비판적 지지와 주로 PD계열의 독자후보의 해묵은 대립구도에서 비롯된 퇴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부 산별노조는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방침을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노총 금속노조와 서울본부 등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노총 연맹차원에서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진보진영 및 노동계 유일후보로 부상한 권영국
민노총 금속노조는 민노총 중앙의 정당별 대선 요구안에서 사회대개혁 분야(포괄적 차별금지법, 성평등 민주주의, 재벌·수출 중심 경제구조 개혁, 결선투표제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가 모두 누락된 것에 대해 ‘민주당 눈치보기’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리해고법, 파견법, 기간제법, 각종 민영화 조치 등이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들어 덮어 놓고 이재명 지지는 전략적 착오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거리의 변호사’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대통령 후보로 탈바꿈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약진할 수 있는 기회적 요인으로 관측된다. 권영국은 기자 출신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처럼 현장노조 출신이 아니라 변호사 출신이지만 헌신적인 노동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노동계의 신망과 지지를 받게 됐다.
권영국은 제2의 권영길인가, 새로운 플랫폼의 구심점인가?
권영국 후보는 정규직 노조의 지도부가 대부분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조건에서 “법 밖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를 뛰어넘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 4대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새로운 지지층 발굴에 나섰다.
또한 권 후보는 “우리 사회가 기득권 카르텔로 굉장히 단단한 체제를 갖고 있다”면서 좌우를 불문하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망라한 카르텔에 맞서 싸운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존의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사회민주당 분립) 등과 노동계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플랫폼으로 민주노동당을 구성하고, 이번 대선을 출발점으로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까지 연대의 확대 및 독자적 세력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조기대선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김문수/이준석(보수) - 이재명(중도) - 권영국(진보)'으로 대별할 수 있다. 진보당 등에서는 이재명을 진보단일후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김문수는 "가짜진보를 찢어버리고 싶다"는 말로 이재명을 저격했다. 또한 여러 측면을 고려해도 진보단일후보의 적격성은 권영국에게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진보성향이지만 조기대선에서 찍을 후보가 없어 투표 의향이 없었던 유권자에겐 권영국은 동기부여가 될만한 헌신적 이력과 진정성의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뉴페이스 권영국, 5월의 토론회는 기호 5번 : 라이징 스타 예감
5월18일부터 세 차례 진행되는 대선후보 방송토론회에서 기존 정치인 3명(이재먕 김문수 이준석)과 대비되는 새인물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등장한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개헌에 대해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는 모두 대표공약으로 제기하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구두로 개헌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정치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중도의 주요 정당후보들이 딴청을 부리는 반면에 진보정당 후보인 권영국 후보가 10대 공약에 개헌을 명시함으로써 원내정당들보다 더 책임정치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소년공 출신을 내세운 이재명, 노동운동과 민중당 출신인 김문수, '거리의 변호사'로 노동자들의 권익에 헌신한 권영국이 어떻게 비교되는가도 '4자 TV토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 권영국 후보 10대 공약 >
1. 국가가 방치한 불안정・무권리・저임금 노동자 1,500만명에 대한 권리 보장으로 불평등 해소의 전환점을 만들겠습니다.
2. 부자감세 원상 복구와 불로소득과세・부자증세를 통해서 부의 재분배를 이루겠습니다.
3. 지자체 통합 돌봄 책임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를 통한 무상돌봄·무상간병, 대학까지 무상교육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4.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차별 없는 나라, 여성과 소수자들이 혐오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5. 공공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확립해서 생태평등사회를 이루겠습니다.
6. 녹색공공임대주택 300만호를 확충하고 주택 임차인에게 무제한 갱신권을 인정하여 주거안정을 보장하겠습니다.
7. 대기업·플랫폼 기업·금융지주회사에 의한 수탈적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정의로운 공생경제를 만들겠습니다.
8. 식량주권을 헌법에 담아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어민 권리 보장 및 국민 먹거리 기본권을 실현하겠습니다.
9. 남북 간 자유로운 왕래의 길목을 터서 경제활성화와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고, 대외무역통상 다변화를 추진하겠습니다.
10. 개헌을 통한 5.18 헌법전문 수록과 시민발안권 도입으로 시민주권을 강화하고, 결선투표제와 완전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겠습니다.
권영국 후보를 지원하는 ‘사회대전환 선대위’에는 심상정·이정미·여영국 전 정의당 대표, 장혜영·김종대 등 전 정의당 의원, 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 단병호·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위원장, 김호규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또한 권 후보의 후원회장은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다 숨진 고 양준혁(27)씨의 모친 신우정씨, 동국홀딩스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정비를 하다 숨진 고 이동우(38)씨의 부인 권금희씨, 평택항에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23)씨의 부친 이재훈씨, 방송계의 장시간 노동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 이한빛(28) PD의 부친 이용관씨가 공동으로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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