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가(World Politics) 20

아프간사태와 한국의 ‘의문의 1패’

미군의 전격 철수로 탈레반이 카불에 무혈입성하면서 미군의 억지력에 의존하는 지역들이 갑자기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일부에서 아프간사태와 한국을 꼭 찍어서 연관시키는 바람에 한국은 졸지에 ‘안보불안 국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대만,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이에는 내전상태와 통합정부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가 NATO, 일본, 한국, 대만을 침략하거나 불리한 조처를 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설리번(Jake Sulliva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한국이나 유럽에서 미군을 감축할 의향이 없다고 확인했다. 한국의 안보문제를 꼭 집어서 도마 위에 올린..

아프간 와칸회랑에 투영된 중국의 근심

캐나다의 군사전문지 ‘Kanwa Asian Defence Review’의 편집자 안드레이 장(Andrei Chang)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 이후 20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을 육성하고 무장시키기 위해 830억 달러(97조 685억원)를 썼고, 아프간 정부군에게 공급된 무기들은 암시장을 통해서 군벌이나 극단주의 단체들에게 팔렸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21.8.17). 그런데 최근에 각주의 중심도시와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아프칸 정부군이 방치한 총기류를 비롯해서 실탄과 폭탄, 헬리콥터, 전투기 등을 대거 획득함으로써 역내의 무기 암시장에 커다란 공급선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2001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에 760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미국은 아..

탈레반의 귀환과 허약한 완충국가의 운명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앞서 영연방과 소연방(Soviet Union)이 물러선 것처럼 이 나라는 ‘강대국의 무덤’임을 다시 입증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재입성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이 나라의 오래된 속담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진 셈이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은 제2차세계대전의 부전(不戰)국가이자 역사적으로 중립노선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전과 외부의 침공이 반복되는 ‘허약한 완충국가’의 운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탈레반의 귀환은 문제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120년 전에 한반도 국가(대한제국)는 대외적으로 중립을 주장했지만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외부의 침공을 초래하였다. ..

미얀마의 노란 깃발 : 코로나 위기가정의 SOS

세계가 COVID-19와 씨름을 하는 동안에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체포, 구금, 고문, 살해하는 만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식량난과 감염확산으로 한계상황에 처한 주민들은 노란 깃발을 내걸어 구조를 호소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민들은 군부의 폭력과 코로나 감염으로 커다란 고통에 빠져 있다. 또한 의료진 부족, 병원 마비, 의약품과 산소공급기의 부족으로 인하여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톰 앤드루 UN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UN 안보리가 개입하지 않으면 미얀마 인구의 절반 가량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미얀마가 동남아의 슈퍼전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얀마의 실제 확진자수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인도네시아는 1일 4만명대..

백신 국가주의 vs 백신 지재권 유예

코로나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에 관한 국제적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재권 유예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미 무역대표부(USTR)의 대표가 성명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이른바 ‘백신 국가주의(Vaccine Statism)’로 인해서 고소득국가들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배타적인 구매계약을 맺음에 따라 백신의 평등한 보급을 위해 만든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성과는 미미하다. 인도의 최근 양상은 사실상 생지옥에 가깝다. 옥스퍼드대의 ‘아워 월드 인 데이터’ 등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의 80% 가량이 고소득 국가와 중상위 국가에 집중되었고, 저소득 국가는 0.1%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저소득 국가들은 2023년에 가서야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글로벌 집단면역은..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수상의 건설적 관여론

4월 24일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여 미얀마사태에 대한 동남아 국가들의 관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수상이 미얀마 군부가 외부의 관여를 차단하는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정 불간섭 원칙’에 대응하여 아세안의 '건설적 관여론'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대목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미얀마의 폭압적 사태는 더 이상 내정간섭이나 주권제한이라는 방패막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관여를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조명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무히딘 야신, ‘건설적 관여'의 정당성 설파 동남아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선도적 역할을 한 주인공은 무히딘 야신(Muhyiddin Yassin) 말레이시아 수상이다. 그는 미얀마사태에 대해서 아세..

미스 미얀마의 쿠데타 반대 호소

국립 양곤대 심리학과에 재학중인 미스 미얀마가 군부의 공격에서 시민들을 구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타이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참가한 대학생 ‘한 레이’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자유, 평화를 희귀하는 미얀마인들의 호소를 담았다. 국제사회가 군부의 무력진압에 제동을 걸라는 요청이다. 군부의 강경 대응으로 양곤대 의대생을 비롯한 미얀마 젊은이들의 희생이 계속 증가하고, 쿠데타에 반대하는 북부의 소수 민족들에게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 이주하거나 체류한 미얀마 젊은이들도 조국의 운명에 분노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나라를 지옥으로 이끌어가고 있어요. 군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요직마다 낙하산을 내려 보내겠죠. 뒷돈 주고 뇌물 줘야 승진하는 그런 사회로 돌아가는 거예요. 이..

영 김 의원, "우린 독종. 건들지마" 경고

“우린 독종이고, 타이거맘이다. 우릴 건드리지 말아라.”(We are tough cookies. We're tiger moms. Don't mess with us) 영 김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및 한국계 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서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지난 3월 21일 CNN은 ‘Don’t mess with us : history-making Korean American congresswomen fight back against racial bias’라는 제목의 인터뷰 보도에서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 2명의 발언을 소개하였다. 공동으로 인터뷰에 응한 영 김(한국명 김영옥) 의원과 미셸 스틸 박(박은주) 의원은 애틀랜타 총격사격과 관련된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미국 사회에 만..

울지 마, 미얀마! Don't Cry, Myanmar!

미얀마사태가 비극적 양상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 2월에 발생한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군부는 폭력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하 인용 사진은 Phyu Hnin Pwit를 비롯한 미얀마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서 세계의 시민들에게 알린 현장들이다.) UN의 압력이나 개입은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반대로 무력화되고, EU와 미국은 구체적인 수단을 찾지 못하고 규탄성명에 그치고 있다. 오랜 군사독재와 광주학살을 겪은 한국 사회는 국회,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장, 각종 시민단체에서 미얀마의 군사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국회는 군사쿠데타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정부의 조치는 현실적으로 현지 교민과 진출기업의 보호에 그치고 있다. 미얀마 군부 쿠..

미얀마 터메잉(Htamain)과 젠더

군사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들이 여성의 치마를 군경의 진입을 막는 바리게이트의 공중에 설치하고 있다. ‘터메잉(Htamain)’ 혹은 '타메인'은 미얀마 여성의 전통적 의상에 불과하지만, 현지 여성들은 ‘여성의 치마 밑을 지나면 남성성을 잃게 된다’는 군경의 가부장적 관념을 역이용하고 있다. UN 안보리가 중·러·인도·베트남의 반대로 구체적인 개입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무장 여성들이 터메잉을 설치하여 무력진압에 맞서는 모습은 국가-군대, 국가-전쟁과 관련된 젠더에 대한 논의를 소환한다. 국가와 전쟁의 연관성 및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역사를 고려하면, 여성은 생래적으로 국가 및 전쟁에 반하는 이해관계를 갖고 태어난다는 주장이 있다. 민족을 '상상 속의 공동체'로 규정했던 앤더슨(Bened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