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대북 정책에 대해 조선의 핵무장 현실을 인정하고 군축 및 비확산 협상에 나서야 하며, ‘킬 체인’을 중단하되 고밀도 미사일 방어체계, 핵탑재 전투기와 잠수함의 정기적 전개 등 ‘거부기반 억제’에 집중할 것을 주장했다.

차 석좌(한국명 차유덕)는 지난 4월 28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제재를 앞세운 미국의 비핵화(CVID)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반도 군사분쟁에 대비한 ‘킬체인’(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작전, 한국군의 3축체계를 통한 조선의 핵·미사일 선제타격)이 조선의 핵발사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조선(DPRK)이 경제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통한 미국과의 국교수립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미국은 조선과 군축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배치 제한, 핵탄두 탑재 중량 제한, 핵분열물질의 추가적인 생산 중단, 핵실험 중단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북 요구사항에 조응하는 반대급부가 무엇인가에 있다.
조선은 우크라이나전쟁과 이란전쟁을 경과하면서 신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동맹관계에 의존하는 과소균형(under-balance)를 벗어나고 있다. 미국의 강경노선에 우군 결집의 필요성이 커진 중국이 오히려 대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조선은 핵무기의 고도화(경량화 및 다탄두)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개발이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이 전란에 휩싸인 것은 강대국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억지능력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빅터 차는 조선에게 핵무기 포기와 제재완화 및 관계정상화를 맞바꾸자는 식의 제안이 먹혀들 가능성은 이제 사라졌다고 본다. 그 대신에 조선이 군축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핵보유 인정과 한미군사훈련 축소에 양측의 타협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선은 군축협상과 결합해서 제재완화 및 관계개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이 쿠바와 국교정상화를 한 이후에도 체제붕괴를 시도하는 것에 비추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기대를 접을 개연성이 커졌다..
보수 성향의 빅터 차는 역사적으로 조선의 체제와 핵개발에 대한 강경파였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대북 ‘코피 터트리기(bloody nose strike)’ 선제공격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내정이 철회됐다.
그는 선진국 경제에 진입한 한국이 G7의 확대개편을 통해 회원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미 고도화된 조선의 핵무력을 해체하려다 한국이 전란에 휩싸이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보수성향의 한국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경향이다. 한국은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군사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잃어버릴 것이 너무 많은 국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빅터 차는 자신이 대북 강경파로 알려졌지만 자신의 실용적 관점에서 볼 때 그간 걸어 온 길에서 성공으로 이어질 만한 경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술회했다. 그는 특파원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조선의 핵무기가 100개, 200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과 조선은 둘 다(Both Korea Rep. and Chosun Rep.) 한반도의 나라(Korean Peninsula Country)라는 조국(motherland)의 개념으로 관념적으로 일체화시킬 수 있지만, 21세기의 사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한국과 조선이 두 국가(both states)로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을 부인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망상이다.
이제 남과 북은 경계를 인정하고, 그 경계에 창을 내어 소통하는 재출발이 불가피해졌다. 먼 훗날에 문을 내어 교류방문이 다시 이뤄지고, 더 먼 훗날에 길을 내어 기차와 비행기 혹은 선박이 오가는 시절이 오려면 서로 경계를 인정하고 국제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또한 협상에 서해 NLL과 DMZ의 평화적 공동개발 및 이용에 관한 문제도 일괄타결하는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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