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입국신고서 시스템(K-ETA)에서 대만(Taiwan)을 ‘China(Taiwan)’으로 표기되자, 대만 정부가 이에 반발해 외국인거류증(ARC,·Alien Resident Certificate)에서 한국(Korea)을 남한(South Korea)으로 표기했다.

또한 대만 외교부는 한국의 표기가 3월 31일까지 수정되지 않으면 상호주의에 따라 4월 1일부터 자국의 전자입국등록표에도 ‘남한’으로 표기한다고 예고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라이칭더 총통이 대만인들의 의지를 존중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과거에 국내에서는 중국과 대만을 각각 중공과 자유중국으로 구분하기도 했으나,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대만은 공식적인 국교(國交)가 사라지고 비공식적인 우호관계(대만 대사관→대만 대표처)로 전환됐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의 일부(지방 혹은 자치령)가 아니라 ‘타이완(Taiwan)’이나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으로 호칭되기를 바란다. 미국, 일본, EU 등은 이러한 의사를 존중해서 영문으로 ‘Taiwan’으로 기재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갑자기 ‘China(Taiwan)’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대만 정부와 대만인들은 일종의 도발 및 격하로 받아들인다.
전자입국신고서 입력란에서 China P.R.(중화인민공화국), China P.R.(Hong Kong)과 China(Taiwan)가 'P.R.'의 유무에서 차이가 나지만, 대만은 Taiwan을 (괄호) 안에 넣은 것을 홍콩과 같은 특별자치구로 격하시킨 표기로 받아들인다.

‘하나의 중국’을 견지하는 중국은 대만 자체를 국가로 인정하지도 대등한 관계로 보지도 않는다. 영토와 인구, 전반적인 국력을 비교하면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중국의 무력 및 봉쇄에 의한 통합 가능성이 점증하면서 양안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2027년 침공설 등은 중국과 대만에 투영된 ‘두 국가’의 거대한 암운(暗雲)이다.
남북관계에 던지는 시사점
대만의 반발에 담긴 ‘두 국가’의 문제는 한반도의 딜레마를 연상시킨다. 만약에 한국(ROK)에 우호적인 제3국이 전자입국신고서 및 외국인거류증에 조선(DPRK)을 ‘한국(북한)’이라고 표기하거나, 거꾸로 조선(DPRK)에 우호적인 제3국이 한국(ROK)을 ‘조선(남한)’이라고 표기한다면, 남과 북의 반응은 어떠할 것인가?
대만 외교부는 양측이 경제무역·문화·관광·인적왕래 등에서 밀접히 교류하면서 우정을 유지한 점을 환기하면서, 상호 존중과 대등의 원칙에 따라 표기를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대만 정부는 한국 정부가 상호 존중과 대등의 원칙에 따라 국호 혹은 국호에 준하는 명칭을 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외국인거류증의 '남한' 표기로 반격하고 있다.
남과 북이 상대의 국호 대신에 북한, 남조선 등으로 호칭 및 표기하는 것은 빛 바랜 ‘민족내부의 특수한 관계’로 정당화될 수 없는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지적된다.

몇 년 사이에 북에서 남을 가리키는 말을 남조선 대신에 대한민국 혹은 한국으로 바꾼 것은 ‘적대적 두 국가’의 방침에 따른 것이더라도, 적어도 호칭 및 표기에 관한 한 상호 존중과 대등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역설적 평가를 받게 된다.
한국 정부는 대만의 상호주의에 의해 ‘南韓’으로 표기된 것을 가볍게 여기고, 북에서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것을 ‘두 국가’의 허튼 술책 쯤으로 간주할 것인가? 아니면 영문으로 ‘Taiwan’으로 복귀하고, 북을 ‘조선’으로 호칭하여 (선의든 악의든 국제적 관례에 따른) 상호주의에 부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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