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에서 옥석을 구분하여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지금도 비일비재한 수사미진으로 인한 사건종결이 일상화되어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 기회가 더 줄어든다. 보완수사로 추가적인 혐의 및 피해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에 범죄 및 사건의 전모가 온전하게 밝혀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검찰이 사건을 경찰에 돌려보내거나 관계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현상’이 심화돼 사건처리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보완수사권은 검찰이 사건의 미진한 부분을 추가적으로 수사하는 권한이고, 보완수사요구권은 검찰이 경찰에게 추가적으로 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비슷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실제 수사실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보완수사 폐지는 이런 세상
이와 관련해서 박찬운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사퇴했고, 법학자의 신분으로 돌아와 SNS에 ‘보완수사권 문제의 경과는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소신을 밝혔다.
박 교수는 “보완수사 남용으로 문제가 될 사건은 1년에 몇 건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보완수사를 폐지하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이런 세상을 진짜 원하십니까?”라며 구체적 예시를 들었다.
① 보완수사가 폐지되면, 피의자나 피해자가 억울하다고 아무리 호소해도 검사 앞에 설 기회조차 없습니다. 검사는 그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 채 경찰이 작성한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그런 세상을 진짜 원합니까?
② 살인 혐의를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경찰에서 부인했습니다. 그런 사건이라면 검사가 그 얼굴도 한 번 보고, 그 말투도 한 번 듣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 아닙니까? 검사의 보완수사를 없애자는 말은, 그 최소한조차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진짜 그런 세상을 원합니까?
③ 피의자 수십 명, 참고인 수백 명인 대형 부패사건에서 검사가 경찰 송치기록을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때 검사가 직접 확인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입니까? 그렇게 해서 실체적 진실이 발견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범죄인 천국 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은 진짜 그런 세상을 원합니까?
④ 여러분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고소를 했더니, 경찰은 피해자 말을 못 믿겠다고 하면서 피의자를 무혐의 처리(불송치 결정)했습니다. 피해자가 하도 억울해서 검사에게 이의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를 만나지도 않고 경찰이 만든 기록만으로 사건을 판단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진짜 그런 세상을 원합니까?
직업적 양심의 발로
박 교수는 이러한 글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직업적 양심’이라고 강조하면서, “수사실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보완수사를 못하게 하는 제도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보완수사권이 없어진 세상이 어떨 것인지 명확하게 그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그런 세상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닙니다.”라고 토로했다.
“제가 갑자기 진보인사들 사이에서 곡학아세하는 폴리페서가 되었습니다.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한 그 말 한마디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말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도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쌓아놓은 명성(?)에 왜 스스로 먹칠을 하느냐고 말합니다.
제가 이러는 이유는 사실 딱 하나입니다. 저의 직업적 양심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수십 년간 형사사법 절차를 경험하고 연구해 왔고, 지난 몇 달간은 이 첨예한 논쟁 현장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보완수사권이 없어진 세상이 어떨 것인지 명확하게 그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그런 세상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닙니다. 그것을 알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제가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겁니다, 양심에 반하는 일입니다. 자고로 지식인은 진실을 말해야 하고, 거짓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지식인의 삶이라고 저는 배워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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