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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없는 '초상고심' 재판소원, 헌재의 '헌법심' 궤변

twinkoreas studycamp 2026. 2. 19. 11:50

정부여당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최근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2월 본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조기대선 직전인 5월 초부터 재판소원 도입을 위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요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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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는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할 수 있도록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한다. 헌재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취소결정을 내리면, 기존의 파기환송된 재판과 같이 대법원이 하급법원처럼 재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19876월항쟁으로 이뤄진 헌법개정에 따라 설치된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5개 범주의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고도의 정치적 재판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될 재판소원은 5개 범주와 달리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경우에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주의에 중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1987년 헌법개정으로 인한 1988년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소원의 도입과 이를 위한 헌법재판소 조직변경 및 규모 확대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법률개정만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하려는 국회의 동향에 견강부회하는 양상은 헌법재판소의 탄생배경을 몰각한 자기부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판소원 도입을 수긍하는 법조인들조차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재판소원이 남용되면 민사 및 형사 소송법상의 재심절차를 대체하는 꼴이 될 것이고, 사실상 제4·초상고심·초항소심이라는 옥상옥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부정하지 못한다.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조선의 역사를 들어 소송지옥의 혼란을 경고했다. “조선시대에는 형조, 호조, 한성부뿐만 아니라 각 도의 관찰사, 수령이 재판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관할 경계가 모호해 백성들이 이 관청, 저 관청을 돌며 재판을 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한 국회에서 제기된 재판소원의 취지가 대법원에 대한 정치적 불신 및 견제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서 실제 재판소원은 헌법적 쟁점이 아니라 확정판결에 불복한 정치세력이 요구하는 법률해석 및 재판결과를 다투는 제4심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도입 관련 FAQ’에서 사법권 독립이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는 이상한 담론을 제기하면서, “재판이 헌법에 어긋날 경우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로,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권을 가진 헌재를 통해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체계를 택한 헌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4심제를 개헌 없이 자기 조직의 변경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초헌법적 궤변이다헌재는 헌법 제1011(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에서 사법권이 법원에 속한다는 것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1111(헌법재판권은 헌재에 귀속된다)에 따라 자기 조직이 법원의 사법권 위에서 확정판결에 대한 심사 및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3부요인은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이었다. 굳이 5부요인의 서열을 따지면,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중앙선관위원장이다. 이는 헌법에 투영된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재판소원의 법적 함의는 헌법개정 없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이중체계를 변경하려는 것이고, 그 정치적 함의는 헌법재판소장이 대법원장보다 위에 서려는 일종의 헌법적 내란이 아닌가?

 

 

(한국일보)

 

 

대법원은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절차에서 정치적 다수세력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헌법에서 헌재는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등을 심사하는 반면에 대법원은 명령·규칙·처분의 위헌 여부를 최종 판결하도록 규정한 것을 법률로 뒤집고 헌재가 모두 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외풍 및 커넥션에 취약한 헌재가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소원은 확정판결을 뒤집으려는 정치적 인물과 사건을 위한 특권 및 특혜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연히 법률비용과 사회적 소모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재판소원 인용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정치양극화가 심각한 한국에서 이런 제도가 누구에게 먹잇감이 될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