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24

핵 사다리 치우기(4) : 핵개발론의 허와 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하고 있다. 2017년 5월 대선 이후 벌어진 조선의 핵무력 완성에 대해서 지난 4년 동안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대응이 주조를 이루었으나, 차기 정부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나토(NATO) 방식으로 ‘핵 공유’를 추진하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도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방안으로 미국의 핵무기 전개를 위한 협의절차를 수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정례적인 핵무기 운용연습을 통해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이고, 유사시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해서라도 ‘핵 균형’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

북핵의 성격(6) 2020년 40기~50기 추정

지난 6월 14일 공개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연간 보고서, ‘SIPRI Yearbook 2021 : Armaments, Disarmament and International Security’에 따르면 조선(DPRK, North Korea)의 핵탄두가 40기~50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세계의 핵탄두는 9620기(폐기예정 제외), 실전배치 3825기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COVID-19의 대유행 속에서 핵보유국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핵무기 경쟁을 벌이면서 실전배치를 늘렸다. 세계인들의 눈이 코로나사태로 인한 인명피해와 백신개발에 쏠려 있는 틈에 미국을 비롯한 9개 핵보유국들은 거침 없이 핵개발과 추가배치를 감행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핵 사다리 치우기(3) : 저위력 핵무기의 음울한 탄생

“모든 유형의 위협에 맞게 억지할 수 있는 만능 사이즈는 없다.”(There is no one size fits all for deterrence). 아무리 급해도 모기 잡는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를 수는 없다. 핵무기에 의한 전쟁 억지력은 전후 70년이 넘게 장기평화를 가능하게 했지만, 전략핵과 전술핵은 국지적이고 미묘한 전쟁에서 쓸모가 없었다. 일찍이 키신저(Henry A. Kissinger)는 상호파괴의 비합리성과 도덕적 부담으로 인해 핵보유국 간의 확증파괴 위협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employable)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하고, 미국 전략핵의 대적 위협능력을 의심하였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전쟁, 양안위기(대만해협 분쟁), 베트남전쟁에서 핵 위협을 가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럼에..

핵 사다리 치우기(2) : 점진적 전파(gradual spread)

영국과 프랑스의 핵 개발 경위는 소연방(Soviet),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드러났다. 1946년 베빈(Ernest Bevin) 영국 외무장관은 “내가 당한 것처럼 이 나라의 다른 외무장관이 미 국무장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면서 비용을 불문하고 핵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틀리(Clement R. Attlee) 수상도 핵무기가 없으면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하였다. 군 최고지도부에서도 핵 자주권을 배제하여 최고의 무기를 타국에 의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1947년 애틀리 내각은 핵개발의 당위성을 간명하게 정리하였다. 핵무기 보유는 강대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담보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고, 서유럽..

핵 사다리 치우기(1) : 후발국들의 결기

파키스탄의 핵 개발에 대해서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예기치 않았던 핵 확산 징후에 미국은 파키스탄을 겨냥하여 “석기시대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는 “우리 핵을 없애려면 인도의 핵도 없애라”고 항변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1965년 알리 부토(Zulfikar Ali Bhutto)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인도가 핵무장을 하면 파키스탄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파키스탄은 천년 동안 싸우고 또 싸웠다. 풀을 뜯어 먹거나 굶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것을 가질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은 나중에 또 석기시대를 거론하였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을 때 파키스탄이..

북핵의 기원(3) 미국의 핵 위협

조선(북한)이 한국전쟁에서 겪은 실제적인 ‘상공의 공포’(air terror)는 대폭격이었지만 더 커다란 가상적 공포는 핵 공격이었다. 한국전쟁에서 나타난 미국의 대북 핵위협은 북핵의 기원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맥아더 사령관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핵폭탄 사용을 요청하였고, 신중한 후임자인 리지웨이(Matthew B. Ridgway) 사령관도 최후수단으로 핵 공격을 고려하였다. 정전협정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핵 불사를 표명하면서 조선과 중국을 압박하였다. 파워(Tomas Power) 미 전략공군 부사령관은 한국전쟁 당시에 상부의 명령으로 원폭투하를 위한 출격대기를 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Harry Middleton, The Compact History of the Korean War..

북핵의 성격(5) 주요 예상표적

2017년 11월 영국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정책 브리프는 향후 북핵의 예상표적을 열거했다. 여기에는 미국 본토와 주요도시, 뉴욕 맨해튼, 워싱턴 백악관,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및 해공군 복합기지, 주일미군의 70%가 주둔하는 오키나와(카네다 공군기지)가 포함되었다. 또한 일본 도쿄와 교토, 오사카와 미군기지(미사와, 나고야, 요코스카, 요코하마), 한미연합사 전구육해공작전지휘소(TANGO, 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 평택 미공군기지(Osan)와 캠프 험프리스(미8군 본부), 군산 미공군기지, 부산 미군보급창고, 서울(청와대), 계룡시(계룡대)도 예상표적으로 지목되었다. 일반적으로 대가치(countervalue) 표적은 ..

북핵의 성격(4) 조선의 지역강국론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공개한 (Countering the Risks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에서는 조선(북한)의 궁극적 국가전략이 지역강국으로서 강성대국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보고서는 “김정일은 사망하기 전 유훈으로 김정은에게 ‘조국통일은 우리 일가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일은 아들 김정은에게 44개 조항을 담은 유서를 남겼다”면서,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핵,장거리 미싸일,생화학 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조금도 방심하지 말 것.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 조국을 통일하는 문제는 우리 가문의 종국적 목표이다. 정은이 대에 안 되면 그 후대에 가서라도 무조건 통..

북핵의 성격(3) 2027년 최대 242개 전망

북핵의 규모가 2027년 경에 최대 200여개에 달하고, 북한(이하 ‘조선’)은 핵무력을 앞세워 한반도 통일을 주도하여 역내 강국(강성대국으로서 지역강국)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에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공동으로 작성한 (Countering the Risks of North Korean Nuclear Weapons)에 따르면, 조선은 6년 후인 2027년 쯤에 핵무기 최대 2백여개와 수십 기의 ICBM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측은 조선이 2020년 기준으로 핵무기를 최소 30개~45개에서 최대 67개~116개까지 보유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기저 효과를 고려하여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적용하여 매년 증가분을 산입하면 최대 242개라는 추정치가 나올 수 있다...

북핵의 성격(2) 비핵화는 미션 임파셔블

4월 7일 젠 사키(Jennifer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비핵화를 향한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면 북한(이하 조선)과의 일정한 형태의 외교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하기 보다는 단계적인 외교적 해법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일 게리 세이모어 전 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물리력이나 제재를 통한 압박은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외교전략이 타당하고 유일한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가공할 피해에 대한 남한(이하 한국)의 우려로 인하여 군사력 사용이 불가능하고, 제재압박도 중국의 비협조로 공허한 위협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가와 학계에서는 대체로 조선이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