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에 관한 문제/대국민 통일사기극 12

초중고생, '통일 필요' 49.8% '불필요' 39.9%

통일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전국 초·중·고 756개교 학생 7만3천991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9.8%로 낮아졌고,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8.9%로 높아졌다. 이번 조사결과는 2014년 조사 이후 10년 동안 통일 찬반에 대한 격차가 가장 많이 좁혀졌다. 지난 수년 동안 학생들의 인식은 통일에 대한 필요성, 통일에 대한 관심, 북(조선)에 대한 긍정, 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 남북의 관계성 등에 관한 지표에서 부정적 반응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초·중·고 학생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염려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멍터구리 조사를 계속하는 것이 문제가 있고 염려스러운 일이다. 청소년도 보고 듣는 것이 있고,..

통일부장관 무용론

윤석열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몇 년 전에 인터넷매체에 기고문에서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기존 북한체제의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다른 기고문에서는 김 교수가 김정은정권이 타도되고 남북의 정치체제가 단일화되어야 통일의 길이 열린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및 통일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든 학자적 양심과 소신에서 우러나온 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굳이 대북창구인 통일부장관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 적절하지 않은 성향 및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통일부장관 무용론이 아니라 악역론이 나올 판이다. 만약 통일부라는 명칭이나 그러한 부처가 없었다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통일부가 남북대화..

대국민 통일사기극(10) 모가디슈 탈출의 재해석

최근 이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경협과 대북정책, 우리의 인식과 개념은 얼마나 현실적일까?’(KDI 북한경제리뷰 7월호)라는 기고문에서 남북경협이 사실상 10년 동안 중단된 상태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보다 성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이 경협을 ‘민족 내부의 거래’로 규정하여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국제적 요인(대북제재)으로 인하여 ‘국가 대 국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장애를 겪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과 UN의 대북제재 내용들은 38선 이북 지역을 대한민국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주권국가의 영역으로 간주한 것들이며, 이명박정부 이후 대북제재도 일부 지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타국에 대한 제재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

대국민 통일사기극(9) 긍휼과 상호조정의 문제

“사람들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인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2500년 동안 성찰의 근원적 주제였다. 인간이 자기를 기만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며 상충하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고 신화를 만들어내고, 그 신화를 부정하는 통찰력을 갈구하며, 대체로 사람들이 자신을 움직이는 동기보다 더 그럴싸한 동기를 내세운다는 것을 많은 연구자들이 확인해 준다.”(찰스 린드블롬, 시장체제, 245쪽) 한반도 국가의 재통일에 관한 문제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체제, 민족, 계급, 국가, 그리고 국제관계에 접근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는 견해들도 있지만) 불쌍한 존재들의 깨달음 : 서로에 대한 긍휼 칸트는 "저 하늘에 ..

대국민 통일사기극(8) 국가보안법과 상호주의의 덫

한국 내부에는 장래에 조선(DPRK)이 소멸하고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된다고 해도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견해는 국보법이 단지 조선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를 망라한 영속적인 안보제도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국보법의 시원이 된 안보수호법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형법보다 먼저 ‘법률 제10호’로 긴급하게 제정되었다. 이렇다 보니 일본제국의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고,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군사정부 등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개정되거나 악용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안보수호법(국가보안법)을 일제 잔재의 악습을 그대로 이어받은 법으로 규정하고 이적행위에 대한 처벌은 형법으로 대체가 가..

대국민 통일사기극(7) ‘1민족 1국가’의 동상이몽

'1민족 1국가'의 목표는 21세기에도 유효한가?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에게 조국은 하나다”는 1민족 1국가론을 강조하면서 통일을 꿈꾸었지만, 실상은 동상이몽이었다. 양쪽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국민의 염원을 대변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보다는 립서비스에 그치거나 동상이몽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 안보 상업주의, 통일 상업주의 안보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여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거나, 그러한 의도가 분명한 언론사의 행태를 안보상업화라고 비판한다. 마찬가지로 통일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것을 통일상업화라고 할 수 있다. 두 경우는 모두 다수의 국민을 기망하여 안보불안과 통일염원을 악용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안보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과장하거나 날조하여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이..

대국민 통일사기극(6) 헌법과 규약의 함정

한국의 헌법과 조선 로동당 규약은 서로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보고 있다. 그렇다 보니 탈북자들은 북에 있을 때는 남쪽의 영토와 국민을 대상화하다가, 남으로 내려와서는 북쪽의 영토와 국민을 대상화하게 된다. 영국주재 공사를 하다가 탈북한 태영호는 지난 2019년 초에 이탈리아 대사대리를 하다가 제3국으로 망명한 조성길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에서 태 전 공사는 서울을 한반도 통일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하고, 자신의 세대가 차세대에 할 일은 ‘통일된 강토’를 넘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이루어졌다’는 대목을 “북한 전체 주민들이 다 한국 주민들이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하지만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 반대편의 주민..

대국민 통일사기극(5) 통일부 폐지론

통일지상주의의 동상이몽과 대국민 통일사기극에서 벗어나려면 근본적인 문제와 함께 구체적인 문제들에서도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방북 경험이 있는 미래학자 짐 데이토(James A. Daotr)는 미래학을 예언하는(predict) 것이 아니라 예측하는(forecast)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반도 국가의 미래도 예언이 아니라 예측에 의해서 내다 봐야 할 것이다. 통일부라는 명칭은 예측이 아니라 당위성에 기초한 예언의 관점이 투영돼 있다. 따라서 통일을 한반도 국가의 절대미래로 전제하고, 통일이란 말 자체를 절대명제로 성역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산하 기관과 소관 민간단체도 ‘통일’ 자를 앞세우고, 전국의 임의단체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수의 조직이 ‘통일’이란 말을 명칭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 최정점에 통일..

대국민 통일사기극(4) 상호 국가승인의 문제

남과 북은 쌍방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하면서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적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상대를 국가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그 배경은 복잡다단하지만 상대를 국가로 승인하면 한반도를 통일할 수 없다는 쌍방의 통일지상주의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1년 UN 동시가입으로 전세계 UN 회원국들은 한국(ROK)과 조선(DPRK)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제외한 중국, 러시아, 영국 등의 수도에는 한국과 조선의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인위적으로 분단되었던 독일과 예멘은 서로 국가로 승인하였지만 평화적인 협상으로 재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독일은 흡수통일에 대한 상이한 시각이 있고, 예멘은 재통일 이후 내전과 무력통일을 거쳐 근래에 사분오열되었다. 대외적으로 별..

대국민 통일사기극(3) 동서 파키스탄 vs 남북 예멘

레비츠키(Levitsky)는 민주주의 수호의 핵심적 규범을 상호 관용(mutual tolare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고 보았다(Steven Levitsky & Daniel Ziblant, How Democracies Die). 이러한 시각은 분열과 분단의 위기에 처한 나라들이 국제정치적 역학과 주변 강국의 지정학적 이해와 같은 외적 요인과 별개로 평화롭게 재통합하지 못한 내적 원인을 살피는데 도움이 된다.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전쟁을 겪지 않고 단일한 주권국으로 복귀하거나 재통합하였다. 분할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한국전쟁(1950~53), 베트남전쟁(1955~75), 파키스탄전쟁(1971), 예멘전쟁(1972~73, 79)이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