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5

미군의 아프간 20년 주둔은 대국민 사기극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미 해병대 퇴역장교가 미국이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주둔하면서 미국인들을 체계적으로 속였다고 질타했다. 루카스 쿤스(Lucas Kunce)는 지난 8월23일 캔사스시티스타(Kansas city star)에 실린 ‘I served in Afghanistan as a US Marine, twice. Here’s the truth in two sentences’ 제하의 기고문에서 미국은 2002년이나 2003년에 아프간에서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2001년에 아프간을 침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군이 1~2년 안에 현지에서 철수했어야 했는데 막대한 달러와 인명을 바쳐 가면서 18~19년을 더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이렇다. 미..

아프간 여성의 수난과 저항 : 부르카의 눈물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에는 부르카(Burqa)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나이 어린 여주인공 마리암이 부인과 사별한 라시드와 결혼하게 되자 외출할 때는 율법에 따라 부르카를 입어야 했다. 그녀는 긴 옷에 자신의 몸을 맞추기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실내에서 비틀거리며 보행연습을 했다. 마리암이 부르카를 입고 밖에 나가보니 시야가 좁아서 길을 찾기 어려웠다. 그녀는 정해진 길들을 반복해서 오가며 조금씩 보행에 익숙하게 되었지만 새로운 길을 가기란 어려웠다. 부르카의 쓰임새는 중국에서 천년 동안 유행했다는 전족(纏足)을 연상하게 한다. 부르카를 입으라는 것은 정해진 길만 오고 가라는 의미..

아프간사태와 한국의 ‘의문의 1패’

미군의 전격 철수로 탈레반이 카불에 무혈입성하면서 미군의 억지력에 의존하는 지역들이 갑자기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데 일부에서 아프간사태와 한국을 꼭 찍어서 연관시키는 바람에 한국은 졸지에 ‘안보불안 국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대만,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이에는 내전상태와 통합정부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누가 NATO, 일본, 한국, 대만을 침략하거나 불리한 조처를 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설리번(Jake Sulliva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한국이나 유럽에서 미군을 감축할 의향이 없다고 확인했다. 한국의 안보문제를 꼭 집어서 도마 위에 올린..

아프간 와칸회랑에 투영된 중국의 근심

캐나다의 군사전문지 ‘Kanwa Asian Defence Review’의 편집자 안드레이 장(Andrei Chang)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 이후 20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을 육성하고 무장시키기 위해 830억 달러(97조 685억원)를 썼고, 아프간 정부군에게 공급된 무기들은 암시장을 통해서 군벌이나 극단주의 단체들에게 팔렸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21.8.17). 그런데 최근에 각주의 중심도시와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아프칸 정부군이 방치한 총기류를 비롯해서 실탄과 폭탄, 헬리콥터, 전투기 등을 대거 획득함으로써 역내의 무기 암시장에 커다란 공급선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2001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에 7600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미국은 아..

탈레반의 귀환과 허약한 완충국가의 운명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앞서 영연방과 소연방(Soviet Union)이 물러선 것처럼 이 나라는 ‘강대국의 무덤’임을 다시 입증했다. 탈레반이 카불에 재입성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이 나라의 오래된 속담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진 셈이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은 제2차세계대전의 부전(不戰)국가이자 역사적으로 중립노선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전과 외부의 침공이 반복되는 ‘허약한 완충국가’의 운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탈레반의 귀환은 문제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120년 전에 한반도 국가(대한제국)는 대외적으로 중립을 주장했지만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외부의 침공을 초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