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가(World Politics) 20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ISIS-K의 기원

푸틴 러시아 대통령 5선 등극 직후 발생한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사건으로 140여명이 사망했다. 이번 테러 직후에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대원들이 수백명을 죽이고 현장을 폭파한 뒤에 기지로 무사히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왜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았는가?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공습 등으로 IS를 격퇴한 바 있고, 최근에는 코카서스의 잉구셰티아 자치공화국에서 IS대원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 6명을 사살했다. 또한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유대교 사원에 대한 ISIS-K의 공격계획을 저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모스크바 주재 미대사관은 러시아 당국과 현지 미국인들에게 콘서트와 같은 대형행사에 테러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미 당국은 우크라이나를 의심하는 러시..

미국 역대 대통령 순위 : 트럼프 45위 꼴찌 굴욕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실시된 ‘2024 Presidential Greatness Project Expert Survey’에서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으로 링컨이, 최악의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선정됐다. 이번 순위는 휴스턴대의 Brandon Rottinghaus 교수와 코스트럴 캐롤라이나대의 Justin S. Vaughn 교수가 전문가 525명에게 설문을 보내 그 중에서 회신한 154명 응답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조사에는 대통령학에 관한 전문가들의 가장 중심적인 단체인 미국정치학회 행정부섹션과 전직 대통령 관련자들이 참여했다. 점수 기준은 100점은 위대한 대통령, 50점은 평균적 대통령, 0점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책정하였다. 실제 조사결과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대통령..

우크라이나 침공의 장기화와 S의 공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될 조짐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7.9%에 이어 3월 8.5%를 기록해 지난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경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유로존도 5%가 넘었고, 한국도 4%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은 금리인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번스타인(Jared Bernstein) 백악관 경제자문은 미국의 이례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극적인 사례로 중고차 가격을 들었다. 미국 중고차 가격은 그동안 물가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았는데, 최근에는 1% 가량으로 급상승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사태로 인한 양적 완화와 소비변동, 반도체․에너지․노동..

우크라이나 중립화의 딜레마

우크라이나 정부가 UN 안보리 상임이사국(미·러·중·영·프)와 독일, 터키, 캐나다, 이탈리아, 폴란드, 이스라엘이 자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중립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방안은 외부의 침공에 안전보장국들이 3일 이내에 군사적으로 지원하여 우크라이나의 중립성과 안보를 보장하는 것을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구체적으로 비행금지 구역설정․우크라이나의 EU가입 등이 포함되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중립화 방안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를 일단 제외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지역과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마리우폴 일대를 러시아가 순순히 포기할 지는 의문이다. 노르딕 밸런스(Nordic Balance)와 흑해 언밸런스(Black Sea Unbalance) 러시아와 인접해..

푸틴 전범 논란에 투영된 전쟁의 본질

바이든 미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공동서한을 공개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터,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개별 성명을 발표했다. 1970년대 수상자부터 2021년 수상자까지 생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이번 성명에 참여했다. (명단은 본문 최하단 게재) 이들은 러시아연방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1939년 독일 나치가 폴란드를 침략한 후에 소연방(Soviet Union)을 침략한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탈나치화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들은 “푸틴이 이유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면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UN 헌장과 1975년 헬싱키 협약, 1990년 파리헌장, 19..

키이우(키예프)의 운명과 비핵화 딜레마

러시아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수도의 옥쇄작전으로 나오면서 키예프 함락은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지만, 원래는 2월 27일~28일경에 키예프가 함락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만약 키이우가 함락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정부, 군인, 민병대가 항복하지 않고 게릴라전을 벌이면, 우크라이나가 '푸틴의 베트남', '푸틴의 아프카니스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인종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슬라브인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언어와 문자를 달리하는 상이한 민족이다. 엄연한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가 침략국가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은 국망으로 간주될 수 있다. 물론 파리가 나치에 함락되었다고 해서 프랑스의 항전이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대외적으로 프랑스는 국격을 상실했다. 마찬가지로 키이우의 함락은..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 논란

러시아연방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Finlandization)를 제안했다. 하지만 ‘핀란드화’는 러시아연방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반러 민족주의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우크라이나, 폴란드,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지정학적 완충지대로서 강점과 분할의 역사를 겪었다. 반면에 핀란드는 세 나라와 유사한 역사적 궤적을 그렸지만 어느 정도 중립적 지위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91년 소연방의 해체 이후에 핀란드는 나토와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PfP)’를 체결하고, 유럽연합(EU)에 가입했지만 나토 회원국이 되지는 않았다. 핀란드는 최근까지 나토(NATO) 가입을 자제하면서 러시아연방을 자극하지 않고 중립적..

우크라이나와 대만 : 허약한 완충국가의 불안

우크라이나는 강대국의 약속에 국가안보를 의탁했지만, 러시아의 반발로 NATO에 가입하지도 못한 채 부다페스트 각서는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덧없이 허공에 흩어지고 있다. 대만은 애치슨라인(미국의 대중·소 도련선)에서 배제되면서 전화의 위기에 놓였다가 한국전쟁으로 장기평화를 누렸으나, 홍콩사태 이후 ‘일국양제’의 허상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좌불안석이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가 내년에 최대 17만5천명에 달하는 대군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2025년~2027년 사이에 3단계에 걸쳐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브레진스키(Zbigniew K. Brzezinski)와 미어세이머(John J. Mearsheimer)는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

미군의 아프간 20년 주둔은 대국민 사기극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미 해병대 퇴역장교가 미국이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주둔하면서 미국인들을 체계적으로 속였다고 질타했다. 루카스 쿤스(Lucas Kunce)는 지난 8월23일 캔사스시티스타(Kansas city star)에 실린 ‘I served in Afghanistan as a US Marine, twice. Here’s the truth in two sentences’ 제하의 기고문에서 미국은 2002년이나 2003년에 아프간에서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으로 2001년에 아프간을 침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군이 1~2년 안에 현지에서 철수했어야 했는데 막대한 달러와 인명을 바쳐 가면서 18~19년을 더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이렇다. 미..

아프간 여성의 수난과 저항 : 부르카의 눈물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에는 부르카(Burqa)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나이 어린 여주인공 마리암이 부인과 사별한 라시드와 결혼하게 되자 외출할 때는 율법에 따라 부르카를 입어야 했다. 그녀는 긴 옷에 자신의 몸을 맞추기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실내에서 비틀거리며 보행연습을 했다. 마리암이 부르카를 입고 밖에 나가보니 시야가 좁아서 길을 찾기 어려웠다. 그녀는 정해진 길들을 반복해서 오가며 조금씩 보행에 익숙하게 되었지만 새로운 길을 가기란 어려웠다. 부르카의 쓰임새는 중국에서 천년 동안 유행했다는 전족(纏足)을 연상하게 한다. 부르카를 입으라는 것은 정해진 길만 오고 가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