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립화 논의(6)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세중립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 국제기구들이 밀집한 모습은 영세중립국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듯하다. 남과 북이 그러한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다.

 

한반도 국가는 각자 혹은 공동의 노력으로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국제적 동의와 지지를 구할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의 네트워크는 잠재성이 큰 편이다.

 

동아시아에서 베트남과 몽골은 남·북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공유하는 국가이고, 북의 과거 비동맹운동 역사와 최근 남의 공적원조(ODA) 및 인도적 교류협력은 잠재적으로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전지구적 협력을 기대하게 한다. 한반도 중립화는 DMZ의 평화적 개발에 주변 4대강국과 협력국가들의 참여를 촉진하여 궁극적으로 평화유지군이 필요 없는 비무장지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잠재력의 원천이다.

 

한반도의 가슴에 박힌 철조망을 걷어내고, 스위스가 자국의 예산을 투자해서 유수한 국제기구와 각종 단체를 유치했던 것처럼 그 소중한 가슴을 세계에 내어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 중심의 서반구(Western hemisphere)에서 스위스·오스트리아가 ‘한 쌍의 영세중립국’으로 평화협력의 허브(hub)가 되었다고 한다면, 광범한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된 동반구(Eastern Hemisphere)에서 영세중립화된 ‘한 쌍의 코리아’(Twin Koreas)는 동북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협력 허브로서 잠재력이 크다.

 

스위스에는 UN 제네바사무소(UNOG, United Nations Office at Geneva)를 비롯해서 세계적 교류협력에 관한 국제기구들이 집중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및 국제적십자·적신월연맹(IFRC,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의원연맹(IPU, Inter-Parliamentary Union),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유네스코(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국제교육국(IBE, International Bureau of Education), 만국우편연합(UPU, Universal Postal Union),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등이 스위스에 집중된 것은 영세중립국의 정체성과 자연경관 등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스위스정부가 재정 지원을 포함한 적극적 유치정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중립을 고수한 스위스에는 국제기구 및 부속기관이 들어섰다. 제네바·바젤·베른·로잔·쮜리히 등은 각종 국제협정 및 회담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에 따라 세계통상기구 법률자문센터(ACWL, Advisory Centre on WTO Law), 세계통상정보 협력기구(AITIC, Agency for International Trade Information and Cooperation), 국제정착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유럽핵연구기구(CERN, European Organization for Nuclear Research), 에이즈․결핵․말라리아․퇴치 세계기금(GFATM,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국제철도수송정부간기구(OTIF, 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 for International Carriage by Rail), 섬유수출개도국기구(ITCB, International Textiles and Clothing Bureau),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 International Un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ies of Plants) 등이 입주했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의 본부가 들어오면서 국제항공연맹(FAI, Federation Aeronautique Internationale), 국제수영연맹(FINA,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Natation), 국제양궁연맹(FITA, International Archery Federation), 국제야구연맹(IBAF, International Baseball Federation), 국제농구연맹(FIBA,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Basketball),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Association Internationale de Boxe), 국제카누연맹(ICF, International Canoe Federation), 국제사이클연맹(UCI, Union Cycliste Internationale), 국제승마연맹(FEI, Federation Equestre Internationale)이 추가되었다.

 

또한 유럽방송연맹(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 국제펜싱연맹(FIE, Fede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 국제축구연맹(FIFA,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국제체조연맹(FIG,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Gymnastique), 국제핸드볼연맹(IHF, International Handball Federation), 국제하키연맹(IFH,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Hockey),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International Ice Hockey Federation), 국제마스터게임협회(IMGA, International Masters Games Association), 세계미니골프연맹(WMF, World Minigolf Sport Federation), 국제모터사이클연맹(FIM,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Motocyclisme), 국제산악연맹(UIAA, Union Internationale des Associations d'Alpinisme), 국제조정연맹(FISA, Federation Internationale des Societes d'Aviron), 국제빙상연맹(ISU, International Skating Union), 국제스키연맹(FIS,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Ski), 국제탁구연맹(ITTF, Internationale Table Tennis Federation), 국제배구연맹(FIVB,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Volleyball), 국제수상스키연맹(IWSF, International Water Ski Federation), 국제레슬링연맹(FILA, Federation Internationale des Luttes Associees) 등이 입주했다.

 

이웃 국가인 오스트리아의 빈(비엔나)도 제네바와 함께 각종 협정의 명소로 통한다. 최근에는 이란 비핵화 프로그램(2014~2015)이 논의되었다.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를 비롯해서 핵확산금지기구 준비위원회(CTBTO PrepCom), 세계핵안전기구(WINS), 재래식 무기에 관한 바세나르(Wassenaar Arrangement) 사무국,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국,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무국,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사무국, UN 마약범죄 사무소(ODC), 군축 및 비확산센터(VCDNP)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벨기에 브뤼셀에 EU 집행부가 있지만, EU 의회는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지역인 스트라스부르에 있다. 이러한 유럽의 경험과 사례는 남과 북이 2개의 중립국이 되더라도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으로 국제 및 지역기구를 유치할 수 있고 그러한 안배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