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Twin Koreas

미 공화당에서 점화한 종전선언 비토

twinkoreas studycamp 2021. 12. 15. 02:49

12월 7일 영 김 의원(1962년·인천)을 비롯한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35명이 설리반(Jake Sullivan)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영 김 하원의원

 

이들은 비핵화와 인권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평화에 대한 구속력 있는 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종전 및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것은 한반도 및 주변지역과 미국의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서한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종전선언 결의안을 제출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견해와는 상반된 내용들로 점철되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한국전쟁 이후 장구한 세월 동안 지속된 미국 내부의 상이한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양당정치가 한반도문제의 영속적 미해결과 한반도의 ‘최적 긴장(Goldilocks Tension)’을 무한정으로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의문을 뒷받침한다.

 

또한 미국 공화당 일각의 종전선언 반대는 한국(ROK) 정부가 국내의 미비한 합의 수준은 차치하고서라도 미국 양당정치의 비토크라시(Vetocracy)와 조선(DPRK)의 완고한 전략노선이라는 기저요인에 대한 진화된 대책도 없이 관성적으로 평화체제 로드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회의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공화당 의원들의 공동서한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조선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제재완화인데, 종전선언이 이뤄진다고 가정해도 대북제재가 지속되지 말라는 아무런 보장도 없다. 종전선언이 심대한 상징적 의미가 있더라도 북핵 및 제재문제와 따로 움직이는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불거져서 한국과 미국의 내부에서 분란과 갈등만 초래하고, 정작 조선에게는 아무런 유인동기도 제공하지 못한다면 원래의 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2017년 조선의 핵무력 완성으로 인하여 1991년 남북합의서 이후 한국이 30여년 동안 시도한 대북 접근법과 기존의 협상방식들은 사실상 종말을 고하였다. 종전선언과 적대관계의 청산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존 및 공동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경로이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요인들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 독립적으로 떼어내서 선결하고 선취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당장이든 먼 훗날이든 종전선언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은 허울만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들을 충족해서 지속가능한 협약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과성 이벤트를 지양하고 쌍방의 진정한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들을 분명히 규정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를테면 양측이 서로 국가로 인정하는 문제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결정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쌍방이 지금처럼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이 된다면, 군사분계선의 정체는 무엇인가? 휴전선도 아니고 국경선도 아니고 ‘종전선’이란 말인가?

 

싱가폴·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한반도 역사에 전환적 계기가 되어야 할 역사적 선언이라면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허공에 흩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인 출신 민주당 의원은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한국인 출신 공화당 의원은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현실은 고국의 내적 분열이 투영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종전선언의 정당성이나 현실성과는 별개로 한국 내부와 한미관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결론적으로, 전체로서의 한반도 국가는 종전선언이 남북의 내부는 물론이고 미·중과 주변국들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난해하고 험난한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는 실력과 덕성이 필요하다. 

 

공개서한의 일부

 

 

<공개서한 전문>(일부 의역)

 

MR. 설리반 귀하

 

오늘 우리는 귀하에게 조선(DPRK)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기폭제로 삼기 위해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한국인들과 미국 정치인들의 최근 요구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선언이 평화를 증진하기 보다는 한반도의 안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심히 우려합니다. 또한 귀하가 여태까지 보여준 검증된 접근법을 지지하며, 이 전략(종전선언)의 명백한 위험과 위기에 빠진 한국측 상대에 적극 대처할 것을 촉구합니다.

 

평화를 유지하려면 쌍방이 평화를 지키려고 결심해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김정은은 개인적으로 종전선언을 시기상조로 간주하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평화회담 이전에 제재완화가 최우선이라고 반복하면서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했습니다. 상대는 협상복귀를 위한 수단으로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주장들을 귀담아 듣지도 않습니다.

 

나아가서 김정은체제가 평화협약의 조건을 준수할 것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선례가 없으며, 조선은 한국·미국·UN과 체결한 협약들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면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회피하는 불법적 행위와 지독한 인권유린에 관여했습니다. 또한 평양 당국은 남북 간의 장기휴전을 빈번하게 위반하면서 (NNL 등을) 무효라고 반복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또한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미군과 역내 안정에게 심각한 위기를 야기할 것입니다. 시기상조의 평화조약은 조선이 남침을 억지하려는 주한미군의 해체와 28,500명에 달하는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연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영구적 폐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우리의 군사적 존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포함하고, 지역안보의 증진과 조선·러시아·중국에 대한 억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면적인 비핵화 이전에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 빗장을 여는 것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고, 우리의 통합적 억지력을 약화시켜서 미국인·한국인·일본인 수천만명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것입니다.

 

적대의 종식을 선언하는 것은 핵무기의 철폐와 인권개선이 이뤄지고 북측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대화의 정점에서 이뤄져야 하며, 불확실한 엔드게임(endgame)과 전략으로 대화를 시작하려는 시도로 제시할 일은 아닙니다.

 

미국은 조선의 안보위협에 대한 균형을 잡는데서 한·일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상대가 협상장에 돌아오도록 조선과 지도부에 대한 UN과 동맹국들이 제재를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략에는 김과 내부자들에게 실제로 금융적, 정치적 압력을 가하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평화는 말로만 성취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행동과 지켜야만 하는 구속력 있는 보장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조선이 전면적 비핵화에 대한 잠재적 약속을 수행하고, 불법적 활동을 중지하고, 인권을 개선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조선의 도발에 대항하는 미국, 한국, 동맹국들의 위상을 상당히 약화시키는 일방적 양보를 김체제에게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우리의 공유된 이익을 위험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기 전에 적대관계의 종식을 선언하자는 요구에 대해서 거부할 것을 촉구합니다. 귀하의 사려에 감사하며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공동서한 공화당의원 명단

 

Young Kim (CA-39), Michelle Steel (CA-48), Chris Smith (NJ-04), Steve Chabot (OH-01), Brian Babin (TX-36), Mike Gallagher (WI-08), Kat Cammack (FL-03), Bill Johnson (OH-06), Claudia Tenney (NY-22), Louie Gohmert (TX-01), Michael Waltz (FL-06), Nicole Malliotakis (NY-11), Brian Fitzpatrick (PA-01), Bill Huizenga (MI-02), Brad Wenstrup (OH-02),Glenn Thompson (PA-15), Darrell Issa (CA-50), Dan Meuser (PA-09), Burgess Owens (UT-04), Tim Burchett (TN-02), Julia Letlow (LA-05), Diana Harshbarger (TN-01), Adrian Smith (NE-03), Mark E. Green, M.D. (TN-07) Ashley Hinson (IA-01), Andrew Garbarino (NY-02), Andy Barr (KY-06), Bob Latta (OH-05), Steve Womack (AR-03), Doug Lamborn (CO-05), Jeff Duncan (SC-03), Ken Calvert (CA-42), Mariannette Miller-Meeks (IA-02), Peter Meijer (MI-03). (괄호 안은 지역구 명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