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Twin Koreas

4.27 선언 3주년과 뫼비우스의 띠

twinkoreas studycamp 2021. 4. 27. 21:30

뫼비우스의 띠(위키피디아)

 

김병규(트윈코리아연구소장)

 

 

 

 

1.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의 특징

 

1) 1․2차 정상회담과의 차이점과 한계

 

4.27 선언은 조선의 ‘2017년 핵무력 완성 공표’라는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여 6.15선언과 10.4선언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비핵화와 연계해서 평화체제를 구체적으로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각자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등

 

이밖에도 상호 불가침과 적대행위 전면중지 등을 재확인하였고 경제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교류협력을 기약하였지만, 정치군사 분야 이외의 경제․사회․문화 및 인도주의 교류협력 분야는 북핵문제로 인한 UN 및 미국의 제재국면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없었다.

 

 

※ 1․2차 정상회담 주요 합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

(6.15 선언)

제2차 남북정상회담

(10.4 선언)

 

 

 

 

 

 

 

정치·군사

 

(1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 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 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 켜 나가기로 하였다.

 

(1항)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 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2항)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 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관계 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3항)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 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 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 다.

 

(4항)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 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 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

 

 

 

 

 

2) 군사부문

 

4.27 선언에서는 앞서 6.15선언(2000년)과 10.4선언(2007년)에 비해서 군사부문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합의들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①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②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상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쌍방 사이에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지체없이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 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하였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 이후 2021년 상반기 이러한 합의들을 발전시켜 나가는 지속적인 과정은 실현되지 못하였다.

 

 

 

2000 남북정상회담

 

2007 남북정상회담

 

 

2018 남북정상회담

 

 

일시

 

2000년 6월 13-15일 (2박 3일)

 

2007년 10월 2-4일 (2박 3일)

 

2018년 4월 27일 (1일)

 

장소

 

백화원 초대소(평양)

 

백화원 초대소(평양)

 

평화의 집(판문점)

남북합의서 명칭

 

6.15 남북공동선언

(6.15 선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10.4 선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4.27 선언)

 

 

 

 

서명자

 

 

 

 

한국 : 김대중 대통령

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한국 : 노무현 대통령

조선 : 김정일 국방위원장

한국 : 문재인 대통령

조선 :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요 참석자

한국

박재규(통일부 장관) 

이헌재(재정경제부 장관)

박지원(문화관광부 장관)

임동원(대통령 특별보좌역) 등

 

 

한국


권오규(부총리/재경부 장관)

김우식(부총리/과학기술장관)

이재정(통일부 장관)

김장수(국방부 장관) 등

 

 

조선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당중앙위 부위원장)

리수용(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여정(당중앙위 제1부부장) 등

 

 

 

 

 

 

2. 남북관계의 원점 회귀 : 뫼비우스의 띠

 

6.15선언, 10.4선언, 4.17선언은 역대 정부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의 궤적이자 한반도 국가의 평화로운 현상유지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언제든지 전쟁 직전 상태로 회귀할 수 있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탈각하지 못한 한계 또한 분명하다.

 

2018년 4.27 선언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철회이고, 또 하나는 조선체제에 대한 인정, 즉 안전보장이었다.

 

미국은 북핵문제와 별개로 조선의 기존 체제를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책기조를 전환하지 않고 있고, 남과 북은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서로 북한,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불인정 상태를 지속하는 가운데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난해한 지경에 처하였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한 2020년 6월 13일에 김여정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은 "북남(남북)공 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고, 6월 16일에 실제로 폭파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의 여파로 개성공단지원센터도 크게 파손되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BBC)

 

 

개성공단지원센터 전면부 파손(BBC)

 

 

그 후로 북측 책임자들은 “남조선 당국과 앞으로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 회귀’로 규정하고, 적대행위(전단살포 등) 일체중지와 공동선언(3건)의 존중과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였다. 또한 첨단 군사장비의 반입 중지와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 등을 요구하였다.

 

한국 정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여 대북전단 살포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였으나, 국내 시민단체들과 미국 및 UN 기구의 비판을 받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사태로 인하여 한미군사훈련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더라도 조선과 미국의 갈등을 비껴갈 수 있는 대안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북전단은 내정불간섭 및 4.27선언이행, 표현의 자유, 접경민의 안전, 국제적 표준을 둘러싼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대북전단 문제는 남과 북의 총체적 실력과 덕성의 문제를 담고 있다.(VOA)

 

 

 

 

3. 새로운 발상과 접근의 필요성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definition)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미국과 조선이 ‘비핵화’의 정의와 개념을 서로 다르게 혼용하는 상황에서 4.27선언의 불능은 예정된 것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지속된 남북경협에 대한 설계와 도상훈련들은 미래를 위한, 후대를 위한 이 시대의 진지한 노력의 흔적은 될 수 있을지언정 북핵과 제재의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것이 거듭 확인되었다.

 

4.27선언 3주년이 던지는 교훈점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엄밀하게 말해서 원점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최악의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는) 반복하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탈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조건과 역량의 미비로 인하여 장기간 현상유지가 불가피하다면, 최적 긴장과 비결정 상태를 무한 연장하는 현상유지 마이너스를 벗어나 상호 인정에 기초한 '현상유지 플러스'로 이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양측이 6.15선언~10.4선언~4.27선언을 통하여 동족상잔의 비극적 역사를 극복하고 군사적 충돌을 회피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그 이후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실력과 덕성이 미비한 상태에서 국가연합·연방공화국 등 어떠한 절충적 방식의 통일도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70년 동안 쌍방이 통일을 말하면서 반쪽(half country) 국가주의를 강화하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남과 북이 통일지상주의에 대하여 시대적, 지정학적 한계를 설정하고, 서로 국가로 인정한 전제 위에서 한반도 국가의 존재양식에 대한 논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4. 문제제기 : 현상유지 플러스로서 '쌍둥이 남매중립국가'에 대한 논의

 

 

에이버리 골드스타인(Avery Goldstein)은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시나리오를 네 가지로 가정하였다.

 

첫째는 조선의 점진적 변화를 통한 현상의 개선이 이뤄지는 현상유지 플러스’(Status quo Plus)이고, 둘째는 현상은 유지되지만 악순환이 개선되지 않는 현상유지 마이너스’(Status quo Minus)이고, 셋째는 전면적인 개혁개방(Serious Reform)이 이뤄지는 것이고, 넷째는 체제의 붕괴로 인한 변환(Transformation)이다.

 

조선이 전면적인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현상유지 마이너스이거나 체제붕괴로 인한 변환이다.

 

그러나 체제붕괴론자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 30여년 동안 체제붕괴에 의한 변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고,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가정해도 붕괴로 인한 불확실성이 초래할 위험이 이해당사국들이 기대하는 이익보다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중국과 한국은 서로 다른 목적에서 체제붕괴의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골드스타인의 시나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현상유지 마이너스와 현상유지 플러스로 나뉘어진다고 할 수 있다.

 

현상유지 마이너스는 두 개의 코리아’(Two Koreas)에 조응하고, 현상유지 플러스는 한 쌍의 코리아’(Twin Koreas)에 조응한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국가의 미래는 현상유지 마이너스를 무한 연장하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 현상유지 플러스로 이행할 수 있는 전환적 계기를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겠다.” (트윈 코리아 : 한반도의 지정학적 재탄생, 263)

 

 

 

[미리보기] Google Book : 1쪽 ~ 97쪽(총 482쪽)

 

https://books.google.co.kr/books/about/%ED%8A%B8%EC%9C%88_%EC%BD%94%EB%A6%AC%EC%95%84_Twin_Koreas.html?id=ft4iEAAAQBAJ&printsec=frontcover&source=kp_read_button&redir_esc=y#v=onepage&q&f=false

 

트윈 코리아 Twin Koreas

지은이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언론사 기자, 청와대 행정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 북핵문제를 추적하면서 한반도 지정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한반도 국가

books.google.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