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가(World Politics)/미얀마(Myanmar)

미얀마 터메잉(Htamain)과 젠더

twinkoreas studycamp 2021. 3. 11. 12:06

군사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들이 여성의 치마를 군경의 진입을 막는 바리게이트의 공중에 설치하고 있다. ‘터메잉(Htamain)’ 혹은 '타메인'은 미얀마 여성의 전통적 의상에 불과하지만, 현지 여성들은 ‘여성의 치마 밑을 지나면 남성성을 잃게 된다’는 군경의 가부장적 관념을 역이용하고 있다.

 

UN 안보리가 중·러·인도·베트남의 반대로 구체적인 개입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무장 여성들이 터메잉을 설치하여 무력진압에 맞서는 모습은 국가-군대, 국가-전쟁과 관련된 젠더에 대한 논의를 소환한다.

 

 

 

Hnin Thiri Kyaw's tweet

 

 

 

국가와 전쟁의 연관성 및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역사를 고려하면, 여성은 생래적으로 국가 및 전쟁에 반하는 이해관계를 갖고 태어난다는 주장이 있다. 민족을 '상상 속의 공동체'로 규정했던 앤더슨(Benedict Anderson)은 남성 사이의 형제애와 동포애에 기초해서 국민국가의 정체성이 규정되었고, 국민국가가 남성중심의 공동체라면 남성과 다른 여성의 특성을 억압하기 때문에 여성과 국가는 대립적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양성의 신체적 특징 및 차이가 자연적응을 통해서 물리적 폭력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초래한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인간본성의 차원에서 남성과 여성이 다른 것인가?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는 인간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재산과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적·인종적·성적 폭력을 사용하고 타인을 증오하도록 훈육되기 때문에 전쟁은 인간 속에 내재하고 예정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존 혼(John Horne)은 전쟁과 남성이 서로 구성적이라고 보았고, 전쟁을 다른 수단에 의한 남성성의 발현으로 규정하였다.

 

만약 여성이 남성보다 덜 폭력적이라고 전제한다면, 그 차이는 타고난 본성에서 기인하는가, 아니면 덜 폭력적이 되도록 훈육되고 사회화과정을 통해서 억제된 결과인가?

 

제2차세계대전에서 소연방은 세계적인 수준의 여성저격수들을 양성하였고, 나치독일이 패망하자 독일의 여성들은 ‘잔해청소부’로 불리웠다. 전후에 “독일의 운명은 여자들의 손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 까닭이다.

 

젠더의 물질적 기초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전쟁의 생물학적 원인에서 남녀의 신체구조와 호르몬의 차이가 어떤 작용할 것인가를 해명하려는 시도가 지속되어 왔다. 신체구조의 차이와 관련해서 남성은 자궁(womb)이 없고 출산할 수 없기 때문에 유한한 존재로서 고립감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수단을 전쟁에서 찾게 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과 폭력의 연관성을 규명하려고 했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동물의 공격적 행동이나 인간의 폭력적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싸움이나 경기에서 승리한 쪽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증가하고, 패배한 쪽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만약에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동물과 인간의 공격적 행위와 사후적으로 연결된 것이 확실하다면, 남성들은 승리 후에 흥분을 경험할수록 그러한 심적인 상태(catharsis)와 연관된 호르몬의 분비를 반복하는 방향으로 사회화가 되면서 공격적인 신체활동 및 심리작용이 포함된 행위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성들보다 전쟁친화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반면에 여성은 잉태·출산·육아를 위해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본능적 요구와 사회적 역할로 인해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경향이 남성보다 강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태생적으로 전쟁과 평화를 나누어 가진 존재로 태어났다는 견해와 신체구조·호르몬·출산이 폭력·전쟁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여성학자들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여성정치이론가 아가젠스키(Sylviane Agacinski)는 폭력이 남녀의 관계를 이해하는 열쇠는 아니지만, 서로의 차이를 비교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보았다(성의 정치 : 남녀동수의회 구성의 논리).

 

국제정치학자 골드스테인(Joshua Goldstein)은 전쟁과 관련된 젠더의 역할을 검토하고, “남녀 사이에는 평균적으로 체격 및 힘과 거친 활동에서 적지만 타고난 생물학적 차이가 작용하고, 문화적으로 억세고 용감한 남성으로 주조된 사람이 지배를 부호화하기 위해 적을 여성화시킨다”고 결론을 내렸다(Joshua Goldstein. War and Gender-How Gender Shapes the War System and Vice Verse).

 

골드스테인은 여성과 전쟁에 대한 수많은 사례를 결합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하나의 사건이 갖는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서 전쟁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젠더의 차이와 역할에 대해서 여섯 가지 가설을 검토하였다.

 

첫째, 전쟁과 연계된 젠더의 역할은 문화적으로 일관된 것이 아니다. 둘째, 역사적으로 여성은 성공적으로 전투에 가담하였지만 전쟁에서도 성차별이 존재한다. 셋째, 해부학적·신체적 차이(유전적, 테스토스테론, 여성호르몬, 체격과 힘, 두뇌와 인지능력)가 존재한다. 넷째, 집단 역학에서 태생적 차이가 존재한다(남성의 결속력, 위계서열 속에서 일하는 능력, 집단 안팎의 심리, 아동기의 성격리). 다섯째. 거친 남성과 부드러운 여성이라는 문화가 구축된다(싸움의 동기는 남자다움을 증명하려는 것). 여섯째,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적·경제적 지배를 강화시키기 위해서 성적인 성향(sexuality)이 공격의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적에 대한 상징적 우위를 추구하여 적을 여성화(feminization)시키면서 여성노동의 착취에 의존한다.

 

이러한 가설들을 실증적 근거에 기초해서 다시 압축하였다. 첫째, 폭력에 대한 남성의 유전적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둘째,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을 보다 폭력적으로 만든다. 셋째, 남성이 여성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 넷째, 남성의 두뇌가 장거리이동과 공격에 적합하게 발달하였다. 다섯째,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전쟁에 관여하지 않고 돌봄에 적합하도록 선택되었다.

 

 

 

SBS

 

 

남성이 주도하는 전쟁에서 국가는 흔히 어머니의 모습으로 상징조작이 되고,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은 어머니를 위해 용감하게 목숨을 바치게 된다. 그러나 인류의 전쟁은 여성들을 사유재산으로 전락시키고 전쟁범죄의 대상이자 희생양으로 삼았다.

 

기원전 416년 아테네는 전쟁중립을 주장하는 에게해(Aegean Sea)의 섬나라 멜로스(Melos)를 침공하여 굴복시켰다. 아테네는 도리스(Doris)의 후예인 멜리안 부족(Melians)의 남자들을 학살하고 여자들을 노예로 팔아 넘겼다(Thucydides. History of the Peloponnesian War).

 

이러한 연유로 "자신을 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여성은 더 이상 사유재산으로 다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 전해 지게 되었다. 이러한 담론은 현시대에서 논쟁거리인 '메갈리안'의 어떤 기원들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미드(Margaret Mead)가 젊은 남성들이 자신의 용기와 힘을 입증할 필요성을 느끼도록 교육을 받는 반면에 여성들이 무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반대가 지나치다고 본 것도 이러한 근본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국가를 만들고, 국가가 전쟁을 만드는 과정은 여성성과 대립적 관계에 있다는 가설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서 골드슈타인은 남성다움(masculinity)의 구축이 어떻게 군인들로 하여금 싸우게 만드는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첫째, 전쟁이 남자다움에 대한 증명이 되면서 전투를 꺼리는 남성들로 하여금 전쟁혐오를 극복하는데 기여하였고, 문화적으로 남자아이들을 거칠게 주조(molding)하여 전쟁에 적합하게 만든다. 둘째, 남성의 역할(warrior)은 전쟁체계에서 여성의 역할(mother·wife·couple)에 의존한다. 셋째, 여성들은 전쟁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가설에서 여성의 역할이 상충하는 것은 여성평화운동가들이 평화를 여성화하고 전쟁을 남성화함으로써 남성의 역할(전쟁수행)을 강화하는 역설을 초래하는 것과 같은 여성의 딜레마가 투영된 것이다.

 

골드스테인은 동물의 행위와 인간의 심리에서 기인하는 잠재적 요인들을 고려하여 전쟁과 젠더에 대한 네 가지 가설을 검토하였다.

 

첫째, 남성적인 결속은 전쟁수행에서 매우 중요하다. 둘째, 군대를 비롯한 위계적 조직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유능하다. 셋째. 남성과 여성은 전쟁의 양측에 있는 집단의 관계를 다르게 본다. 넷째, 아동기의 성격리(gender segregation)가 여성을 전투력에서 분리하게 만든다. 골드스테인은 네 번째 가설을 어느 정도 유력한 실증적 근거가 있다고 보았지만, 이것도 전투에서 여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골드스테인은 몇 가지 가설들에 대한 검토결과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잠정적 결론을 제시하였다(이하 요약).

 

“전쟁에서 극소수의 여성이 싸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젠더중립적 군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테스토스테론은 어떤 점에서 양성에 다르게 작용하지만 유전적 코드가 동일하고, 호르몬은 공격의 원인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변화에 따라 반응한다.

 

또한 양성에는 전쟁과 관련된 신체적, 인지적 차이가 일정하게 존재한다.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모성적 행동은 ‘돌봄 기간’(nursing period)에 제한되며 동물과 같이 보호본능에 따른 공격성을 내포한다. 남성적 결속은 다양하게 존재하는 사회적 결속의 일부이며 젠더에 따른 태생적인 것이 아니다. 여성적인 위계서열도 보편적이지만, 젠더의 차이가 존재하고 테스토스테론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동기의 성분리는 젠더의 역할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또한 전쟁을 남자다움의 증명으로 여기고 남편이나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여성들은 심리적으로 전쟁을 지지하면서 ‘전쟁의 남성화’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이 다른 여성들을 전쟁에 반대하게 만들지 못한다.

 

전시에 대다수 남성에게 전투 자체가 성적(sexual)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적(패자)을 모욕을 당하고 강간을 당하는 존재, 즉 여성화시키는 문화가 상당히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전쟁에서 여성 자체가 아니라 ‘적의 여자들’을 죽인다. 여성은 적(남성)의 소유물로 간주되면서 전쟁범죄의 대상이 된다.”

 

 

한반도 국가(한국·조선)와 일본 열도의 ‘100년 기억전쟁’에서 가장 감정적인 대극점으로 남아 있는 ‘군 위안부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인들은 보스니아내전 등에서 드러난 여성과 노약자에 대한 전쟁범죄에서 ‘젠더와 국가와 전쟁의 관계’를 현재진행형의 인간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쿠데타에 반대하다가 총격으로 숨지는 희생자들이 급증하는 미얀마에서 맨 처음으로 총탄을 맞고 숨진 여성은 19세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