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영세무장중립/국내(South Korea)

정순신 아들 사건과 서초구 모 고등학교

twinkoreas studycamp 2023. 3. 2. 23:58

임명 이틀만에 사퇴한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고 전학조치를 당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KBS

 
고등학생이 급우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지 않고 언어폭력만으로 이렇게 큰 문제로 부각된 것은 그 폭력적 언어의 심각성과 함께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일가의 뻔뻔함, 그 후에 '나쁜 놈이 더 잘됐다'는 역설적(?) 결과로 인한 것이다.. 
 
첫째, 멀리 제주도에서 강원도로 진학한 급우에게 지역적, 이념적 혐오가 담긴 말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한 것은 성인이라면 그 죄질이 좋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성격이었다.
 
둘째,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을 검사 출신 아버지는 서면 사과문조차 내지 않았고, 학교 징계위원회 처분에 불복해서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다.
 
셋째, 졸지에 ‘피해 호소인’처럼 된 피해 학생은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 및 후유장애를 겪었지만, 가해 학생은 수시와 달리 수능점수가 당락을 결정하는 정시 입시요강의 허술한 점을 이용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이 국립서울대만의 것인지 전국대학의 공통적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가적으로 가장 많은 혜택과 수혜를 받는 서울대가 조국사태에 이어 다시 ‘모럴 해저드’를 드러낸 셈이다.
 

 
넷째, 피해 가정의 불행과 달리 가해자측 부자는 나란히 입신양명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다른 학생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서도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는 불량학생을 사실상 수능점수만으로 합격시킨 서울대의 처사에 의문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는 경찰청이 정순신 전 검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선정하고, 대통령이 그를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게 나라냐?”
 
마지막으로, 정 전 본부장의 아들이 제주 출신의 학생에게 ‘빨갱이 새끼’와 ‘제주도에서 온 돼지’라고 한 것은 누구라도 4.3사건과 흑돼지를 연상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섬뜩한 ‘파시스트적 혐오’가 담겨 있다. 가해 학생이 어린 나이에 이렇게 조숙한 개소리를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또한 “더러우니까 꺼져라.”는 말은 흔히 인종주의자(racist)의 언사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다. 이런 추악한 개소리를 어디서 누구한테 배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때론 한 번의 주먹질보다 한 번의 시선폭력이, 때론 한 번의 발길질보다 한 번의 폭언이 인간의 마음을 더 아프고 병들게 할 수 있다.
 

KBS

 
평소에 가해 학생은 급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비굴함과 야비함에서 비롯된 타자에 대한 무시와 혐오는 겉으로 강해 보이더라도 결국은 헛된 위세라는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자신의 자식의 장래를 위해 강제전학을 모면할 목적으로 현직 검사의 가족이 도교육청 재심청구와 재심결정 불복 및 대법원 상고까지 피해학생을 가해학생과 분리시키지 않고 1년이나 더 노출시켰던 행각은 몰염치하고 비윤리적이라는 사회적 지탄을 면할 수 없다.
 
당시 재판에서 가해학생의 변호인은 피해 학생에 대해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피해 학생의 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모호한 말로 타자를 기만하고 혐오하는 것을 개소리라고 한다.
 
사건을 담당했던 교사는 반성하지 않는 아이 뒤에 부모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학생을 선도하려고 해도 부모가 많이 막고 있다.” “부모가 책임 인정을 두려워해 진술서를 전부 코치하고, 아이는 부모를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뀐다.” 재판장도 “가장 가벼운 조치인 서면사과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고교 1년생의 섬뜩한 개소리가 어디서 발원했는지 짐작케 한다.
 

KBS

 
좌우를 불문하고 그릇된 자식사랑을 부모의 도리인양 예찬하고 변명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새로운 세대들은 더 이상 그런 특권과 뻔뻔함을 용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 국수본부장은 사퇴의 변으로 아들의 일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는데, 전 과정을 살펴보면 아들보다 보호자로서 자신의 숨겨진 언행들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는 책임있는 공직자로서 아들 사건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가해 학생과 일가의 행동에 대해 학부모들은 충동적인 일과성 학폭에 비해 질적으로 훨씬 좋지 않은, 죄질이 나쁜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다.  
 
 

KBS

 
 
이번 인사파동은 경찰수장의 사과가 필요할 뿐더러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그동안 검경에 편향되거나 그릇된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사건이다.
 

공직 예비후보에 대한 질문서의 해당 문항은 다소 모호하다.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고, 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 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한 답변을 구하려면 ".. 이 있었거나, 있습니까?"로 해야 적절할 것이다. 정 전 국수본부장의 행정소송은 가까운 일이었지만, 분명히 과거의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 학생의 진학과정에서 쑥 빠져 있던 ‘서초구의 모 고등학교’의 이실직고가 필요하다. 명문대 진학율에 눈이 먼 교장 등이 기록삭제는 물론이고 추천장을 써주지 말란 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에 관해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다.

(서울대 대학신문 만평 2023.3.6)

 
MBC 등 언론사의 후속취재에 따르면, 정 전본부장의 아들이 강제전학을 간 서초구의 아무개 고등학교의 학생부에는 학폭이나 강제전학에 관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원래 기록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대학진학을 위한 학교의 배려(?)인지, 다른 이유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폭에 관한 징계 중에서 전학은 중징계이므로 졸업 후에도 2년 동안 기록을 보존한다. 다만 졸업 전에라도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어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심의를 통해 기록을 말소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심의가 학폭이 발생한 학교가 아니라 학폭으로 전학을 간 학교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피해 학생에게 끝까지 철면피하게 2차, 3차 가해를 한 일족이 전혀 다른 곳에서 근사하게 용서를 받은 셈이니 말이다.
 

MBC

 
 
누군가 ‘검사의 시대’가 왔다고 했던가? 이 사건은 ‘검사의 시대’가 짧게 끝날 것이라는, 이미 저물고 있다는 묵시론적 예고를 담고 있다.